▲유성호
사회적으로 반향이 있는 기사를 쓰고 난 다음에는 언론사 종사자들도 연락을 해온다. 인터뷰 요청, 취재 요청이나 자료 제공이 목적이다. 자신들이 직접 취재를 하지 않고 편하게 나를 통해 정보를 얻으려는 상당수 직업기자들의 속성을 알기에 그들의 요청에는 거의 응하지 않는 편이다. 나도 엄연한 기자인데, 기자가 기자를 상대로 취재로 한다는 건 너무 성의없는 일 아닌가.
그래선지 내 기사가 나도 모르게 도용되기도 한다. 가끔씩 다른 사이트에서 내 기사와 똑같은 표현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이젠 그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표절에 가까운 사건도 종종 겪는다. 특히 어느 뉴스통신사 기자는 내 기사를 거의 그대로(심지어는 인터뷰 내용까지) 베껴놓았다.
(관련 기사 : 일부 직업기자님들, 이건 '비양심' 아닌가요?)이 문제가 커지자 그 기자는 내게 전화를 걸어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나더러 "직업 기자를 물먹게 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항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 공중파 방송에서 내 기사의 구성을 거의 바꾸지 않고 프로그램으로 제작해 방송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후 방송사 작가는 내가 메일로 항의의 뜻을 밝히자 "고쳐야 할 부분이므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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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라고 무시하는 직업기자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사건들이었지만, 달리 생각하면 시민기자의 자존심을 보여준 사건들이기도 하다.
그렇다. 나는 직업기자가 아니다. 직업을 따로 갖고 있으면서 글을 쓰는 시민기자에 불과하다. 낮 시간을 본업에 바치면 내게 남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더라도 직업기자들보다 더 열심히, 깊이있게 쓰려는 자세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내가 보기에 직업 기자들의 한계는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 많은 것을 두루 섭렵하고 있지만 한 분야를 깊이있게 알지 못한다는 약점 말이다. 최근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라는 직책을 만든 것도 그런 한계를 극복하려는 이유에서이리라.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오마이뉴스>에는 이미 수없이 많은 전문기자가 있다. 정치인, 공무원, 교사, 주부, 학생할 것 없이 다양한 직업의 기자들이 교육, 영화, 책동네, 문화 분야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내 경우에도 법률 기사만큼은 최선을 다해 쓰려고 노력해왔다. 약 2년간 써온 60여 개의 연재기사 누적 조회수가 400만을 넘어섰다. 게다가 연재를 계기로 낸 책이 6쇄까지 나오게 되었고, 곧 2번째 책도 나오게 된다. <오마이뉴스>가 내게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공무원이 이런 기사 써도 되냐"... 국회 법사위에서 내 기사 거론된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