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카이로 시내에 머물고 있는 군대의 탱크 모습.
서주
18일 이집트 군당국은 이란으로부터 함정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노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800명의 병력을 시나이반도로 보내어 이스라엘로 연결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보호하도록 했다. 이스라엘의 바짝 곤두 선 신경을 어루만지려는 제스추어였다.
같은 날 정오, 기도시간이 끝난 무렵 시나이반도의 긴장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 타흐리르광장에는 백여 만 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온종일 자축했고 노래를 불렀으며 깃발을 흔들었다. 며칠 동안 수가 대폭 줄어 있던 헌병들이 자칫 발생할지도 모르는 불상사를 막기 위하여 대거 광장 안으로 투입되었지만 다행히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또한 체포령이 떨어졌던 4명의 전직 장관 중 3명이 이미 체포되었다는 뉴스도 있었다. 알 아들리가 포함되었음은 물론이다. 광장의 시민들은 다시 한 번 결속된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신들의 존재감을 군당국에 다시 한 번 각성시키려 했다.
이집트 전현직 관료들의 해외은닉재산에 대한 동결조치요청이 이집트정부로 있었다는 유럽발 보도도 이날 타흐리르광장의 흥분에 흐지부지 가리워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집트 군최고위원회는 2월18일 이날 단 하루만 더 참아준 것에 불과한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보도가 한 외신으로부터 흘러나왔다.
나는 아들 라싣이 이날 타흐리르광장에 가기라도 할까봐 미리 주의를 주었다. 일주일 전 축제의 현장에서 CBS 여기자가 폭행을 당했다는 보도가 바로 전날 있었던 탓도 있었다. 외국인을 보는 눈들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이때에 사람이 많은 곳에 가봐야 좋을 것은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집트 전역에서 거의 모든 산업의 종사자들이 –심지어 국영기업의 종사자들까지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스트라이크를 일으키고 있었다. 단 한 번도 국가를 운영해 본 적이 없는 군최고위원회가 지난 30년 독재정권의 선두를 지휘하던 관리들을 데리고 단 일주일만에 무언가 국민들이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내보이기에는 역량도 시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군당국은 매일 늘어나는 '새로운 스트라이크' 소식에 몹시 시달리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정부 관계자의 입에서 "일터로 돌아가지 않고 지속되는 스트라이크는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정부는 이를 결코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도 높은 경고가 흘러나왔다.
이제까지 나온 발언 가운데에 가장 강력한 경고성이었기에 당사자인 이집트인들은 적잖이 긴장했다. 거기에 전현직 고위관리들의 해외재산에는 동결조치요청을 취했으면서 정작 무바락일가의 재산에는 아무런 요청을 하지 않은 군당국의 태도도 여전히 미덥지 않은 마당이었기에 시민들의 염려는 눈덩이처럼 커지기 시작했다.
19일 하루만 더 견디어 내일(2월20일 일요일)이 오면 은행이 업무를 재개한다고 하니 이번에야말로 생필품을 제대로 재어두리라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다. 도대체 하루가 멀다하고 시국이 들썩거리니 안심을 할 수가 없다.
좀 나아지나 보다 했더니 전국적인 시위로 관공서마저 문을 닫질 않나, 이제 괜찮은가 싶었더니 이번에는 시나이반도가 어수선하고. 아이들 학교가 개학하려면 아직도 8일이나 더 남았다. 지난 주에 했어야 하는 2학기 개강일이 국내소요로 인하여 28일 이후로 미뤄진 까닭이다.
당근은 이미 주었으니 이제는 채찍을 휘두를 차례라는 어느 미국인 중동분석가의 끔찍스러운 판단이 제발 틀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니기를 바래본다. 우리 동네 수퍼마켓에 긴 샌드위치용 빵인 '아이쉬 휘노'의 공급이 끊긴 지 어느새 3주일이 지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네이버의 <마담 아미라의 이집트여행>카페에도 실립니다. 서주 기자는 현재 이집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교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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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덥지 않은 군대, 눈덩이처럼 커지는 불안과 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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