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학교에서 교육과정운영계획에 따라 연간시간계획을 짠 것입니다. 5, 6학년의 경우 주당수업시간을 19-32시간으로 짜더라도 연간총계가 1088시간보다 11시간이나 많은 1099이 됩니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은 1088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33시간으로 고치라고 뒷북을 치고 있습니다.
신은희
그런데 5, 6학년 수업시간을 32시간으로 하느냐, 33시간으로 하느냐로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33시간을 해야 한다는 것은 서울, 경북 등 일부 교육청의 입장으로, 영어시간이 주당 1시간 늘어났으므로 주당수업시간도 자동으로 33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서울시교육청과 경북교육청의 지침 |
5, 6학년 영어 수업 시간수 증가 • 2011학년도부터 적용 : 주당 1시간씩 증가(주당 평균 수업시수 33시간) - 서울시 교육청 장학자료 4쪽
2008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초등학교 3~4학년 영어 수업시수는 연간 68시간(주당 2시간), 5~6학년은 연간 102시간(주당 3시간)으로 편성․운영하게 되어 있으며 주당 수업시수는 평균적으로 3~4학년은 30시간, 5~6학년 33시간 운영하도록 되어 있음 - 경북교육청 2011학교교육과정편성유의점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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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반대하는 의견은 교육과정총론을 보면 학교는 연간수업시간 내에서 운영하면 되고, 현재처럼 32시간을 운영해도 충분히 연간 1088시간이 확보되므로 굳이 주당수업시간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교과부도 2008년도에 영어수업시수확대정책을 발표하면서 주당수업시간을 32시간으로 발표하였다.
수업시간 운영은 학교의 재량권, 교육청 월권하지 말아야현재 학교의 주당수업시간에 대해서는 교과부에서 일률적인 지침을 제시하지 않고 연간수업시간을 지키는 선에서 자율적인 운영이 보장되어 있다. 그래서 겨울방학에 여러 학교가 교육과정총론을 참고해 5, 6학년의 경우 이미 주당 32시간만 해도 연1088시간보다 몇 시간 많은 학교교육과정을 짰다. 그런데 뒤늦게 내려온 교육청의 장학지침 때문에 주33시간으로 계획을 뜯어고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학교는 33시간 안하고도 1091시간으로 짰는데, 교육청땜에 바꿔요.""00초도 1092시간 나왔어요.""00초는 1099시간이나 되는데 왜 바꿔야 하지요?" - 서울 교사들의 불만이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교육청이 교육과정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월권을 한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교육청이 수업시간을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자체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이다. 90년대 초반에 고시된 6차교육과정은 "학교는 교과서가 아니라 교육과정을 가르쳐야 한다"며 교사들의 교육과정 자율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주당수업시간논쟁의 가장 큰 주범은 누구일까? 당연히 초등학교 상황을 무시하고 영어수업시간을 늘린 교과부이다. 이 문제는 2008년도부터 예견되었지만 당시 교과부는 보도자료에 주당 32시간으로 발표하였다. 이것이 비난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었다면 지금이라도 일부 교육청의 월권행위를 빨리 시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33시간으로 늘리면서 7교시를 만든 학교에 대해서도 시정조치를 내려야 한다. 이렇게 무리하게 주당수업시간을 늘리면서 학부모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진행한 학교에 대해서도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시수논쟁의 본질은 문제투성이 교육과정과 초등학생의 학습부담일부에서는 주당 32시간, 33시간이 왜 문제인가 이야기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수업시간계산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교과부의 교육과정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와 이에 맞서 초등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교육철학이 깔려 있다.
인수위시절부터 시작된 이명박정부의 영어몰입정책은 결국 초등학생들의 수업시간을 연간 34시간이나 늘리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가뜩이나 초등학생들이 교과내용도 어렵고 학급당 학생수도 많은 상황에서 주당수업시수를 1시간 더 늘리는 것은 학습부담이나 신체발달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