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태백산맥> 원고 첫 페이지
전용호
소설이 탄생되던 80년대는 당시로부터 30년이 지났지만 사건의 해석은 여전히 일방통행이었다. 반공만이 옳은 것이고 나머지는 부정되었다. 그런데 소설 속에서는 양방향 통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니 우익은 교활하고 악랄하며, 좌익은 고뇌하고 이상을 꿈꾸며 힘든 여정을 떠나는 것으로 묘사를 한다.
거기다 전라도 사투리를 진하게 구사하는 소설 속 인물들은 비주류지만 정감이 갈 수밖에 없었고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소설이 끝나갈 무렵 빨치산 투쟁을 하던 등장인물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갈 때는 마치 아주 친한 사람들을 잃을 것 같이 마음이 아팠다.
작가 조정래의 열정이 살아있는 태백산맥문학관 벌교터미널 못가서 커다란 입간판이 도로가에 섰다. 태백산맥문학관 150m. 늙은 벚나무가 힘들게 겨울을 보내느라 길가로 비스듬히 기울어 있는 포장된 길을 따라 올라간다. 태백산맥문학관은 검은색 외벽에 하얀 유리창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문학관으로 들어선다. 입장료 2000원을 내고 전시실로 들어서니, 조정래 선생님이 산을 배경으로 앉아있는 흑백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고뇌에 찬 시선으로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이 <태백산맥>속 등장인물처럼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