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치웠지만, 여전히 갇혀 있는 상태의 차
성낙선
15일 아침 동해시로 들어선 고속버스가 시내를 가로지르는 7번 국도에서 거북이걸음을 하기 시작했다. 4차선이 2차선으로 줄어든 상태에서 도로 바닥이 쌓인 눈이 얼어붙어 빙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 주변으로 눈이 산처럼 쌓여 있다. 자세히 내려다보면, 그 안에 차들이 갇혀 있는 걸 알 수 있다. 눈 속에서 차를 꺼내기 위해 주변에 쌓인 눈을 치우는 사람들이 꽤 눈에 띈다. 하지만 상당수의 차들이 여전히 주인을 잃고 버려진 상태로 남아 있다.
이날, 동해시에서는 아침부터 도로 위에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도로 위에 서 있는 차들을 치워줄 것을 방송으로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차를 치우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지, 이날 오후가 돼서도 눈 속에 갇힌 차들이 꽤 많이 남아 있다.
눈을 치우려면 도로 위에 있는 차들을 옮겨야 한다. 하지만 차를 옮기기 위해서는 먼저 그 차를 뒤덮고 있는 눈부터 치워야 한다. 그런데 그 눈을 치우는 일이 쉽지가 않다. 눈을 치우는 차 주인들의 입에서 "너무 힘이 든다"며 앓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도로에서 눈을 치우고 있던 한 차량 주인은 눈 속에서 차를 꺼낼 생각보다는 "굴착기가 이 차를 발견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돼 눈을 걷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눈을 치우는 데 굴착기가 무슨 상관일까,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 얼마 안 가 깨달았다.
도로에서 굴착기를 이용한 제설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도로에 쌓인 눈이 삽으로 치울 수 있는 양이 아니라 굴착기를 동원한 것이다. 굴착기 삽날이 도롯가에 있는 눈더미를 사정없이 깎아내고 있다. 그런데 그 주변으로 그냥 눈더미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눈을 뒤집어쓴 채 가만히 엎드려 있는 자동차인지 알 수 없는 눈덩이가 여러 개다.
눈 속에 꼼짝 못하다 사흘 만에 상점문 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