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한 KTXKTX 광명역을 1분여 남기고 탈선한 열차모습
박민관
"잠시후 우리 열차는 광명역에 도착하겠습니다."
내가 탄 KTX에서 안내방송이 나왔다. 객실에 있던 승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선반의 짐을 챙기고 출입구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열차가 심한 진동을 하며 울렁이기 시작했고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나는 순간 탈선을 직감하며 좌석옆 팔걸이를 움켜잡았다.
수 초간의 진동 후 기차는 기우뚱한 상태로 정지했고 불편한 자세로 가까스로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수분간격으로 운행하는 KTX의 특성이 생각나면서 뒤쪽에서 따라오는 후방열차에 의한 추돌사고가 걱정됐다.
뉴스에서 봐왔던 각종 열차사고의 장면들이 오버랩되면서 공포가 느껴졌지만, 난 가까스로 공포를 누르며 머리를 의자에 바짝붙이고 앉았다. 온갖 촉각을 외부 상황 변화에 맞추면서 제발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기만 바랐다.
그때 뒷좌석의 승객이 한국철도공사측과 통화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현재의 사고상황을 알고 있느냐? 후발열차에 대한 조치는 취하였느냐? 이런 대화였다. 다행히 모든 열차를 정지시켜 놓았다는 대답에 조금은 안도하며 안내방송을 기다렸다.
안내 없이 시간이 지나갔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승객들의 초조함이 커져갔다. 약 20분의 시간이 흐른 뒤 차량 밖으로 몇몇의 랜턴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자 승무원이 객실로 들어와 사고가 났고 향후 안전하게 조치될 것이라고 육성으로 알리기 사작했다. 그동안 안내방송을 하지 않은 것은 방송장비가 고장났기 때문이란다.
비로소 조금은 안도하며 좌석에 앉아있다가 승무원의 안내를 받으며 열차에서 터널로 내려섰다. 하지만 정상적인 도로가 아닌 수백 미터의 터널을 걸어서 가야 했기 때문에 만만치 않았다. 또한 터널 내에는 사고로 인하여 먼지가 자욱한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