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731부대 실험용 보일러실 굴뚝. 마루타로 희생된 주검들은 이곳에서 한줌의 재가 되었다고 합니다.
조종안
전쟁에 패한 일제는 철수하면서 생체실험 대상자들을 독살하거나 포대에 담아 송화강에 던지고 건물들을 폭파했다고 한다.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였다는데 그 과정에서 유일하게 남은 실험용 소각장과 보일러실 굴뚝이 치욕의 아픔을 말해주고 있었다.
발을 움직일 때마다 '뽀드득' 소리가 들렸다. 소복하게 쌓인 눈을 밟는 정겨운 소리임에도 괴성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작년 8월에는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이 황량하게 하더니 눈 밟는 소리조차 마음을 스산하게 했다.
731부대 정문 앞까지 걸어갔는데 추위가 장난이 아니었다. 얼마나 추운지, 품속에 넣고 다니는 카메라를 꺼내기가 두려웠다. 추위에 대비해 내의를 껴입고 두꺼운 머플러에 방한모까지 썼는데도 찬바람이 살 속 깊숙이 스며들었다.
시계를 보니까 오전 11시 10분이었다. 일행(19명)은 일제의 만행과 교활함에 놀란 마음을 뒤로하고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올라 점심을 먹기 위해 시내로 이동했다. 박영희 시인이 점심은 만두 명가 '동방만두집'에서 하겠다고 안내하니까 환호가 터졌다.
'눈과 얼음의 도시'다운 거리 풍경 여름엔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더니, 겨울엔 버스가 사람 덕을 보려고 했다. 출발하기 전에는 영하였던 차내 기온이 출발하고 한참 있으면 사람의 체온으로 10도 이상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운전석의 기사도 두꺼운 옷을 걸치고 있어 뭐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