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진주시 지수면에 있는 동지마을을 지나다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을 보았습니다. 무엇을 하고 있나 궁금히 여기니 동행했던 마을 분이 시금치를 캐고 있다고 하더군요. 지수면은 남강이 S자 곡선을 그리며 지나가는 곳입니다. 큰사진보기 ▲진주시 지수면의 시금치 캐는 광경김종길 강 건너는 대곡면이고 강 양쪽으로 모래톱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지금이야 이곳이 비옥한 농토로 부농들이 많지만 예전에는 홍수가 나면 물이 잠기던 곳이었지요. 남강댐이 건설되고 긴 제방이 강을 따라 높게 쌓아진 후 비옥한 땅이 되었습니다. 큰사진보기 ▲시금치 캐는 아주머니들김종길 그럼에도 강 주변에는 아직도 모래밭이 더러 있습니다. 흙을 덮고 일부 개간을 하여 지금은 각종 작물을 키우는 곳이 되었지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적어도 땅 아래 1m 정도는 모래층이라고 하더군요. 큰사진보기 ▲시금치 캐는 아주머니들김종길 강변 토질 특성으로 인해 시금치와 우엉이 잘 된다고 했습니다. 신기한 것은 시금치 재배를 하고 있는 땅 바로 아래에 우엉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뿌리를 얕게 내리는 시금치와 땅 아래로 파고드는 우엉이 환상적인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지요. 한때 골칫거리였던 땅이 이제는 농민들에게 더할 수 없는 땅으로 변한 것입니다. 이곳의 우엉은 대형마트에 납품까지 한다고 하니 어깨춤이 덩실덩실 나올 법도 합니다. 큰사진보기 ▲시금치 캐는 아주머니들김종길 동지마을과 안계마을까지 한 바퀴 둘러보고 난 후 사진을 찍을 적당한 장소를 물색했습니다. 몇 군데를 둘러보았지만 처음에 보았던 곳이 제격이었습니다. 멀찌감치 차를 세우고 시금치를 캐고 있는 아주머니들에게 다가갔습니다. 큰사진보기 ▲시금치 캐는 아주머니들김종길 "무슨 촬영 나왔는가베." 아주머니들이 수군거립니다. "아, 예 책자 촬영 때문에 나왔습니다.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아따, 그라모 모자도 벗고 얼굴도 닦아야 하는 디." 아주머니들은 머리를 손질하고 옷매무새를 다듬느라 부산을 떱니다. 큰사진보기 ▲시금치 캐는 아주머니들김종길 "초상권이 있는 디 돈을 주는 감요?" 농조가 섞인 말이 걸쭉합니다."허, 어쩝니까? 그냥 찍으시면 안 될까요?" 이쯤 되면 콧소리로 애걸을 합니다. "예, 까짓것 그러지요 뭐." "대신 사진 보내드릴께요." 단양 구인사의 신도라는 분들은 부산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밭떼기로 시금치를 사서 절에 시주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큰사진보기 ▲카메라를 계속 주시하는 한 아주머니김종길 어떻게 자세를 잡아야 하는지, 카메라를 봐야 하는지 등 질문이 폭주합니다. "하시던 대로 자연스럽게 일을 하시면 됩니다. 카메라 의식할 필요 전혀 없습니다." 앞의 두 아주머니가 시금치를 캐기 시작하자 뒷줄의 아주머니들도 하나둘 자리를 잡았습니다. 큰사진보기 ▲시금치 캐는 아주머니들김종길 한참 찍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계속 카메라를 의식합니다. 처음에는 카메라를 흘깃흘깃 보며 눈치를 살피더니 아예 일어서 버립니다. 결국 한 소리합니다. "아따 아지매 카메라 좀 그만 보소." 주위의 소리에 아주머니도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큰사진보기 ▲시금치 캐는 아주머니들김종길 30여 분 정도 촬영을 하고 난 후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습니다. "어디서 나왔소? 사진은 무엇에 쓴다요?" "아마 인터넷에도 나오고 책에도 나올 겁니다." 깊은 인사를 하고 들판을 나왔습니다. 큰사진보기 ▲삼봉에서 본 남강지수면 옆구리를 유유히 흐르는 남강김종길 아직은 겨울이지만 시금치 들판에는 봄기운이 조금씩 느껴집니다. 유독 매서운 올 겨울도 시금치 캐는 아낙들 가랑이 사이로 슬금슬금 빠져나갔습니다. 봄이 오기는 오나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그 '김천령의바람흔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블로그 '김천령의바람흔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시금치 #지수면 #남강 #우엉 #삼봉 추천5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김종길 (jong5629) 내방 구독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길의 미식가이자 인문여행자. 여행 에세이 <지리산 암자 기행>, <남도여행법> 등 출간 이 기자의 최신기사 [사진] 요즘 황매산의 억새와 일몰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망언도 이런 망언이..." 이재명, 김문수·김광동·박지향 파면 요구 AD AD AD 인기기사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아따, 아지매! 카메라 좀 그만 보소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의대 증원 이유, 속내 드러낸 윤 대통령 발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이충재 칼럼] '김건희 나라'의 아부꾼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