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소설] 동굴 속의 탱고 (46)

등록 2011.02.09 16:56수정 2011.02.0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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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밤의 향연

 

.밤의 향연 .
.밤의 향연.일러스트 - 조을영
▲ .밤의 향연 . ⓒ 일러스트 - 조을영

 

이윽고 그 거대하면서 한정 없이 짙고 두터운 검은 실루엣은 서서히 해변가로 다가오고 있었다.

스윽-스윽-스스슥-

 

보름달이 비추는 밝은 밤에도 해변의 암벽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에 의해 그 형체는 분간할 수가 없었고, 다만 그 소리의 주인공이 지독히도 거대한 몸집을 가진 것만은 확실하단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것이 움직일 때마다 나는 소리는 어느 틈에 페르도의 작업장 안에서 나던 날카로운 톱니바퀴의 쇳소리로 변해있었다.

 

"힝, 저놈이야."

인형웨이터가 다급하게 읖조렸다.

그과 동시에 조제는

"설마 우리 쪽으로 오는 건 아니겠죠? "

하고는 일찌감치 발을 굴려 좀 더 높은 지점의 허공으로 올라섰다.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물에서 잠수를 하거나 막 돌아다닌다면서요?"

나도 숨을 몰아쉬며 한마디 했다.

 

"일단은 말이징,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면 공격하진 않아. 에고, 한 달 간 비열한 인간들을 찾아서 얼마나 사냥을 해댔겠냐구. 그리곤 그들의 열망으로 지 놈의 새끼를 만들 영양을 비축하는 거란 말양. 더러운 욕망, 악몽, 비열함 같은 게 좋은 영양덩어리가 되서 놈을 살찌우고 번식력을 더욱 왕성하게 한다말양."

 

인형웨이터는 몸을 부르르 떨어가며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우린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해안가의 소나무가지 뒤로 몸을 숨겼다. 달이 걸린 나무 뒤에 숨은 우리의 모습을 누군가가 보았다면, 설날 그믐날 밤에 바람에 휘날리는 연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을 지도 모를 그런 풍경이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저 녀석이 이 평화로운 곳에 나타난 거죠?"

나는 마른 기침을 삼키며 조용히 물었다. 그와 동시에 인형웨이터는 다급하고 격앙된 목소

리로 외쳤다.

 

"저! 저놈! 바닷물로 들어갔어. 이제 곧 달밤의 거대한 장관이 펼쳐질 거양. 이제 가까이 가 볼까? 저기 등대 옆 암벽으로 하나씩들 내려요셔,"

그리곤 인형웨이터가 앞장서서 등대 쪽으로 비행하기 시작했다. 그의 셔츠 앞섶에 달린 얇고 창백한 레이스가 사뿐히 춤추는 멋진 광경을 지켜볼 새도 없이 조제와 나도 바람결에 몸을 맡겼다.

 

달빛과 흡사한 꽃들이 해안 절벽에 마구 무리져서 피어있는 덤불을 지나서 적당한 안착지를 찾아서 내렸다. 그리고는 바위의 짙은 음영이 가리워진 등대 뒤로 몸을 숨기고 놈을 주시했다. 놈은 암벽 근처 소나무 숲의 짙은 그늘에 가리워져 있는 상태이고 지독히 우둔한 움직임이 그 형체를 분간 할 수 없게 했지만, 페르도의 작업장 문을 밀어젖힐때 나던 그 쇳소리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윽, 냄새. 스컹크도 아닌 것이... 아후 숨막혀."

인형웨이터가 코를 싸쥐고 법석을 떨고 있는 틈에 구름에 가렸던 달이 그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드디어 선연한 밝음이 해안 절벽을 가득 메웠다. 그러자 그 달빛 아래에서 붉고 얼룩덜룩한 줄무늬가 아로새겨진 거대한 몸뚱아리가 드러났다.

 

놈의 머리에는 더듬이가 달렸고 족히 200개는 넘음직한 곤충의 발을 배 옆에 가지고 있었으며 그 다리 옆으로는 소중한 그 무엇인양 얇고 투명하며 오색으로 빛나는 날개 한 쌍이 고이 접혀져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건 놈의 몸통의 가장 윗부분엔 사람의 손이 달려있었다. 그건 우락부락하게 힘줄이 돋아난 남자의 팔뚝이었고 손이었다. 그리고 놈이 몸을 틀었을 때 나는 보았다. 동그랗게 몸 쪽으로 말려진 개의 꼬리가 단단히 붙어있는 그 징그러운 형상을....

 

"야! 저것 봐!"

조제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는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그 다음 순간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흰 갈매기'가 피를 흘리며 그놈의 입에 반쯤 들어 간 채로 힘없이 축 쳐져서 놈의 움직임에 따라 몸을 사정없이 출렁대고 있었다.

 

<계속>

2011.02.09 16:56ⓒ 2011 OhmyNews
#중간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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