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준
고작 일주일 사이에 날씨가 확 풀렸다. 지난 1월 29일 춘천 날씨는 영하 15도였다. 일주일 뒤인 지난 2월 5일, 춘천은 영하 6도였다. 입춘이 지나니 봄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나 보다, 싶었다. 그날, 춘천 봄내길 2구간 '물깨말구구리길'을 걸었다. 걸어보니 길 곳곳에 겨울이 잔뜩 웅크리고 있어 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더라.
물깨말구구리길이라니 길 이름, 참으로 특이하다. 제대로 외우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싶을 만큼. 하지만 뜻을 알면 쉽게 외울 수 있다. 물깨말은 강촌의 옛 이름이란다. 물깨 즉 물가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다. 구구리길은 구구리 마을에서 갖고 온 것이다. 골이 깊고 아홉 구비를 돌아든다 해서 구구리라는 이름이 붙었다나.
뜻을 알고 다시 불러보니 낯선 느낌은 사라지고 되레 정겹게 여겨지면서 입에 착 달라붙는다. 우리 옛말은 이토록 정감이 있고 아름다운 것을, 어째서 지명을 한자어를 갖다 붙인 이름으로 바꾼 것인지, 아쉽다. 이제라도 옛 이름을 찾는 건 어떨까?
춘천 봄내길 4개의 구간 가운데 가장 긴 3구간 '석파령 너미길'은 지난 1월 29일에 걸었고, 이번에는 2구간인 '물깨말구구리길' 걷기에 나섰다. 이 길, 강촌역에서 시작되어 강촌역으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 구간이다. 거리는 13.7km. 3시간 반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다. 길은 대부분 가파르지 않고 걷기 좋은 임도라 힘도 별로 들지 않는다. 산책하듯 즐기면서 걸을 수 있다. 걷기에 이력이 난 사람이라면 구간 거리가 좀 짧아 아쉽겠지만.
이날도 남편과 동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