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자형 구조의 시민아파트 뒷동을 올려다본 모습
최지혜
어느날 우연히 보게 된 사진 속에는 준공된 지 얼마나 됐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위태롭던 한 낡은 아파트가 있었다. 그리고 몇년 후, MBC 예능 <무한도전>에서 '여드름브레이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파트의 모습을 소개했다. 그곳이 바로 서울시 중구 회현동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회현 제2시민 아파트다. 많은 출사족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기에 나 역시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고, 2011년 2월 3일 드디어 그곳을 찾을 수 있었다.
1970년 서민들을 위한 거주지로 지어졌던 와우아파트가 준공된지 3개월 만에 붕괴되고 서민아파트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을 때, 이를 달래기 위해 튼튼하게 지어내야 했던 회현동 시민 아파트. 당시, 서울시장은 와우아파트의 악몽을 떠올리지 않게 회현 시민아파트만큼은 절대 무너지지 않게 지으라고 지시를 했다고 한다.
그후로 40년 가까이 되는 세월을 꿋꿋하게 버텨왔던 서민들의 생활터전은 2006년 붕괴 위험이 있는 위험시설로 분리되어 철거 대상이 되었다. 서민들을 위한 아파트라는 명목으로 지어졌지만 남산, 시립도서관, 서울역 등과 가까이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중산층들이 많이 살았던 곳으로 더 유명했다.
그러다 강남이 개발되면서 중산층의 대거 이동이 시작되고서야 서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거주민들과 타협하는데 애로사항이 있어 지지부진하고는 있지만,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