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남소연
한때 정 전 총리의 '정치적 후견인'이었던 그는 최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복지 확대 주장을 포퓰리즘으로 몰아가는 한나라당의 논리를 이렇게 반박했더군요.
"정치적으로 감각이 없다. 흔히 복지 과잉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실제 복지 때문에 망한 나라는 없다. 강자만 살아남는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재분배는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역할이다."이처럼 MB맨들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손자 손녀를 앞세운 무상급식 반대논리는 한 마디로 허접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니 대통령까지 이들을 따라 하면 국가적 망신입니다. 왜냐고요?
우선, 이건희 회장 손자손녀는 사립학교에 다니기에 무상급식(공짜점심) 대상조차 아닙니다. 참고로 사립학교 등록금에는 급식비가 포함돼 있습니다. 설령 MB가 나라 경제에 크게 이바지하는 삼성전자 회장이 너무 고마워 그 손자 손녀들에게 공짜점심을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MB맨들과 한나라당이 무상급식을 반대하면서 이건희 회장의 손자 손녀를 들먹이는 것은 진실을 호도하는 잘못된 거증(擧證)입니다. 무지의 오류입니다.
부자라고 해서 급식에 차별을 두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납니다. 흔히 국방, 납세, 교육을 근대국가 국민의 3대 의무라고 합니다. 근로를 합치면 4대 의무이지요. 정부는 근로와 납세 의무를 지우는 대신에 소득에서 부자건 서민이건 똑같이 자녀 공제를 해줍니다. 부자들의 자녀에게 공짜점심이 제공되는 것이 그렇게 문제라면 부자들에게도 자녀만큼 세금이 공짜(면제)인 것은 왜 문제가 안 되나요?
사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대통령께선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손자 손녀까지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3자녀는 모두 사립초등학교인 경기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4자녀 역시 모두 사립초등학교를 나왔습니다. 그것도 '위장전입'으로 실정법(주민등록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사립학교를 보냈습니다. 대통령 후보 경선 때 위장전입에 대해 잘못했다고 공식사과도 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대통령은 4자녀 중 두 자녀를 자신 소유의 '영포빌딩' 관리업체에 '유령직원'으로 위장 취업시킨 것이 드러나 뒤늦게 관련 세금을 납부하고 지급한 월급은 증여로 처리했습니다. 경선기간에 국민 10명 중 6명이 이 문제가 대통령이 되는 데 문제 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나자 공식 사과했습니다. 수백억대의 재산가이면서도 자녀를 위장 취업시켜 세금을 포탈했던 사람이 '부자의 공짜점심' 운운하는 것은 '악어의 눈물'입니까?
도대체 이건희 회장의 손자손녀가 몇 명이나 되나설령 이건희 회장의 손자 손녀가 공립학교에 다닌다고 해도 공짜점심 반대논리가 허접하기는 마찬가집니다. "이건희 회장의 손자도 공짜로 밥을 먹이자는 얘기냐"는 주장은 일종의 논점 일탈의 오류이자 국민의 정서에 기댄 포퓰리즘입니다. 왜냐고요?
이렇게 반문하렵니다. 무상급식 아닌 선별급식이라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돈이 많다고 해서 자녀들에게 초등학교 등록금을 받아야 하나요? 그리고 도대체 이건희 회장의 손자 손녀가 몇 명이나 됩니까?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이 이건희 회장의 손자 손녀들에게 공짜점심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국가 재정이 부실합니까?
대통령은 좌담회에서 "무상으로 가면 (국가 재정이) 감당 못한다"면서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의 복지도 사실상 후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복지국가의 대명사인 스웨덴을 콕 집어 "스웨덴 총리가 '한국이 자신들의 복지를 배우겠다고 하는데 자신들도 개혁을 하고 있는 만큼 따라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보편적 복지'의 롤 모델이었던 스웨덴의 사민당 정부가 2006년 총선에서 패해 보수연립정부에게 정권을 넘겨준 이래 '수술'이 진행 중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복지가 후퇴하는 선진국의 예로 든 프랑스와 독일, 스웨덴에 견주면 한국의 복지는 여전히 '형편 무인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