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의 가죽 무두질 공장
이상기
이들을 지나 우리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가죽 무두질 공장이다. 그곳으로 가까이 가자 거름 냄새가 밀려온다. 냄새가 조금 역하기도 하지만 그 유명한 장면을 안보고 갈 수는 없다. 이 공장은 페스 강변,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고립된 공간 안에 있기 때문에 현장에 들어갈 수는 없다. 일부 방송사에서 촬영을 위해 안으로 들어가 작업을 시연해 보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공장을 둘러싸고 있는 상가의 4층으로 올라가 작업현장을 내려다본다.
영상에서 보던 것처럼 그렇게 환상적이지는 않지만 붉은색, 갈색, 회색, 흰색, 연한 하늘색의 향연을 볼 수 있다. 또 동그란 염색통에서 작업하는 인부들의 모습도 보인다. 그들은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끊임없이 손과 발을 움직인다. 가위를 가지고 가죽을 자르기도 하고 가죽에 붙은 것을 떼어내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염색통에 팔을 걸치고 발로 가죽을 밟기도 한다. 붉은색 물을 들이려는 것 같다. 몸을 염색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허리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었다.
무두질 공장의 환경은 좋지 않은 편이다. 바닥이 흥건하고 지저분하며 냄새까지 진동을 한다. 무두질 공장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염색을 위한 지역이 있고, 가죽의 털을 제거하고 부드럽게 하는 지역이 있고, 가죽을 말리는 지역이 있다. 물론 이중에서 염색지역이 가장 넓다. 이곳 무두질 공장의 외적 아름다움은 염색통의 색깔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