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칙금 납부는 확정판결 효력... 다른 죄로 또 처벌 못해

대법 "경범스티커 발부하고 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처벌 못해"

등록 2011.02.01 17:20수정 2011.02.0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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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행위에 대해 경범죄처벌법을 적용받아 범칙금을 납부했다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동일행위에 대해 다른 죄명으로 다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38)씨는 2009년 10월 10일 오후 9시경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의 한 호프집에서 일행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옆 좌석 손님들이 쳐다본다는 이유로 시비를 거는 등 행패를 부렸고, 이에 주인이 제지하려 했으나, A씨는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하며 난동을 부렸다.

 

A씨는 또 9시 30분경 업무방해행위에 대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 의해 현행범인으로 체포돼 장위지구대로 연행됐는데, 지구대에서 사건을 처리 중인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며 발로 정강이를 걷어차고, 이를 제지하는 다른 경찰관의 멱살을 잡아 흔들고 욕설을 하는 등 경찰관 3명을 폭행했다.

 

이에 경찰과 검찰은 A씨를 업무방해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동규 판사는 지난해 6월 "죄질은 좋지 않으나, 피해가 크지 않고, 별다른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A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했다.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재영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권력의 행사를 무력화시켜서 국가의 기능을 해하는 범죄로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으나, 자격정지 이상의 전과가 없는 점, 피해자(술집 주인)와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사회봉사명령 시간만 80시간으로 줄여줬다.

 

징역형 집행유예와 사회봉사명령 받은 A씨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호프집에서 행패를 부려 영업을 방해하고 지구대에서 경찰관들을 폭행한 혐의(업무방해,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이 지구대에 붙잡혀 온 A씨가 조사과정에서 난동을 부려 음주소란으로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해 범칙금(5만 원)을 부과했고 A씨가 범칙금을 납부해 사실상 처벌이 끝났는데, 다시 업무방해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A씨가 범칙금을 납부하게 된 이유는 '2009년 10월 13일 낮 12시경 장위지구대에서 음주소란 등의 행위를 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경찰은 112신고를 받고 출동해 영업방해로 A씨를 지구대로 데려왔는데, 피해자가 없어 단순 음주소란으로 A씨에게 경범스티커(범칙금 5만원)를 발부해 주고 귀가하라고 했다.

 

그런데 A씨가 귀가하지 않고 경찰관들을 폭행하며 난동을 부렸고, A씨는 10월 11일 서울종암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됐으며 13일 오후 3시경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후 구속영장청구가 기각돼 이날 석방됐다.

 

재판부는 "경범죄처벌법은 '범칙금납부 통고처분을 받고 범칙금을 납부한 사람은 그 범칙행위에 대해 다시 처벌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통고처분에 의한 범칙금 납부에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는 '확정판결이 있는 때'를 면소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과 동일사건에 대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면소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씨는 2009년 10월 11일부터 13일 구속영장실질심사 전까지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돼 있어, A씨가 10월 13일 장위지구대에서 다시 음주소란 행위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따라서 피고인의 범칙행위인 음주소란과 이 사건 공무집행방해의 공소사실은 범행장소가 동일하고 범행일시도 거의 같아 A씨가 지구대로 연행돼 온 후 그곳에서 이루어진 일련의 행위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이 사건에 관해 (범칙금 납부와 같은) 확정판결이 있는지 여부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은 심리미진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되돌려보낸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11.02.01 17:20ⓒ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경범죄 #범칙금 #확정판결 #공무집행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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