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진달빛요정 추모공연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돼었다.
김수진
아주머니 한 분과 함께 표를 구하러 나섰지요. 중학교 2학년짜리 딸과 함께 왔다는 40대 아주머니는 클럽이 처음이라고 했어요. 당신을 잘 알지 못했지만 신문기사를 보고 찾아왔대요. 그는 "이진원씨 노래가 참 맑더라. 살아온 삶 자체가…. 그냥 막 살던 사람이 아니라 지하 단칸방에서도 자기 꿈 가지고 하고 싶은 것 끝까지 하던 사람이니까"라며 미소를 지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다른 클럽에서 표를 구해 클럽 빵에 돌아왔어요. 순서가 바뀌어 달빛요정카피밴드가 저녁 8시부터 공연을 시작했어요. 순수 아마추어 직장인밴드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달빛요정카피밴드는 "왕년에 밴드의 꿈을 안고 음악을 하다 각자 직장에 들어갔으나 최근에 다시 규합했다. 오늘이 우리의 첫 공연이다"라고 말했어요.
카피밴드의 두 번째 무대에서는 관객이 직접 노래를 했어요. 카피밴드의 보컬이 엊그제 한일전을 보다가 목이 다 쉬어버렸데요. '절룩거리네'를 부르겠다고 당차게 나선 이는 당신을 '산적 아저씨'라고 부르곤 했다는 26세 여자였어요. 자신을 88만원 세대라고 소개한 그는 "연봉 1000만원을 벌 수 있으면 계속 음악을 하겠다"고 이야기한 당신이 자신에게 희망의 아이콘이었대요. 그는 "그림을 그리며 디자인을 하는데, 한 달에 100만원도 벌기 어렵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당신을 추모하며 노래를 시작했어요.
절룩거리네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 아플 뿐 인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깨달은 지 오래야 이게 내 팔자라는 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절룩거리네' 중에서 자리를 옮겨 도착한 곳은 브이홀(V-Hall)이었어요. 저녁 9시부터 카피머신의 공연이 시작됐죠. 카피머신의 보컬 준다이씨는 "준비한 표 4500장이 30분 만에 매진됐답니다"라며 환호를 했어요. 그는 이어 "오늘 행사는 단발적인 것이지만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자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응원해준다면 희망은 있을 것입니다. 공은 음악인들이 던지지만 홈런은 여러분이 치시는 겁니다"라고 외친 뒤 관객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한 무대를 보여줬어요. 그들의 신나는 노래에 일어서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