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외교 대방침', 종미(從美)로의 회귀인가"

[코리아연구원] 일본의 동아시아 구상과 대 한반도 정책

등록 2011.01.28 15:37수정 2011.01.2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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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을 전후로 일본정부의 움직임이 분주했었다. 작년 12월 19일 '새로운 '방위계획의 대강(방위대강)'이 각의결정 되었고, 부속문서인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2011-2015)'가 채택되었다. 민주당 정권 탄생 이래 최초의 장기 전략문서이자, 6년만의 갱신이다.

 

올해 1월에는 기타자와 도시미 방위상과 마에하라 세이지 외무상이 연이어 한국을 방문했고, 이 와중에 한·일 간 군사협력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한편, 마에하라 외무상의 방한과 때를 같이해, 일본 국내에서는 간 나오토 수상이 개각을 단행했다. 제2차 내각의 출범에 즈음해 간 수상은 1월 20일 '외교의 대방침'을 표명했다. 미·중 정상간 공동성명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이다. 
 

Ⅰ. 간 내각의 '외교 대방침': 종미(從美)로의 회귀인가

 

간 내각의 외교 대방침은 "미일동맹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의지 표명을 골자로 하면서,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경제적 번영을 위한 전략으로써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의 추진을 매개로 메이지 유신 이래의 '제3의 개국'을 꾀한다는 것이다. TPP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개방에 적극적으로 편입하는 내용이다. 여기서 민주당 정권 등장과 더불어 대외정책의 슬로건으로 표방했었던 "동아시아공동체론"과 관련한 언급은 제외되어 있다.

 

한편, 그 전에 발표되었던 방위대강의 기본 내용은 "기반적(基盤的) 방위력에서 동적(動的) 방위력으로"의 이행을 축으로 난세이(南西)군도 방위태세 강화, 도서지역 등 공백지역 부대 배치, 육상 자위대 감축 및 해상 자위대 증강 등이다. 이는 중국의 해양진출에 대한 경계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기도 하다. 이 또한 종래 중국을 품은 동아시아공동체론의 기본 취지와는 멀리 느껴지는 대목이다.

 

과거 동아시아공동체론을 주창했던 하토야마 수상은 미국의 패권적 행동을 직·간접적으로 비판했었다. 그의 지론인 '우애외교' 또한 국가 대 국가 간의 대등성을 강조하고 있었고, 이조차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이해되었었다. 특히 안전보장 문제와 관련한 비핵지대화 추진을 논할 때는 그 지역을 동북아로 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과거 노무현 정권의 '동북아 평화와 번영론'과도 공명하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러한 이미지와 요소들로 인해 민주당 정권의 동아시아공동체론은 흔히 '탈미(脫美) 자주노선'으로 읽혀져 왔었다. 실제로 정책 추진 아젠다 또한 미·일밀약 전면 공개와 후텐마기지 이전 문제가 우선순위로 설정된 바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추진된 지난 2010년은 일본외교에 있어 수난의 해였다. 중국과는 센카쿠 열도, 러시아와는 북방영토 문제로 갈등과 대립을 겪었고, 후텐마기지 이전 문제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형태로 마무리 되었다. 민주당의 하토야마내각도 자민당과 다를 바 없이 단명했고, 새롭게 등장한 간 내각은 결국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최우선에 두기에 이르렀다.

 

일본이 유일하게 우호관계를 유지했던 것은 한국이었다. 한국 강제병합 100주년으로 역사적 의제가 난제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할 정도였다. 게다가 한·일 간에는 그 동안 터부시 되어 오던 군사협력을 위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가동되었다. 이 때문에 한·일관계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냉전적 대립구도를 고착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의구심마저 낳고 있다. 

 

민주당 정권의 동아시아공동체라는 슬로건을 탈미라는 관점에서만 해석하면, 간 내각의 대외정책은 이로부터 완전히 유턴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정권공약(메뉴페스토)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된다.

 

과연 그런가. 변화의 실체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당초 민주당의 외교구상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동아시아공동체론은 유럽통합을 모델로 한 것으로 지극히 장기적인 비전이었고, 특히 하토야마의 개인적인 정치신념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이었다. 따라서 정권교체에 수반된 새로운 외교적 독트린이기 보다 희망 섞인 이상론에 가까운 것이기도 했다. 물론 여기에는 미일동맹에만 의존해온 전후 일본외교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들의 반성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정책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각론으로서 당면한 현실정책의 실행에는 시간차의 문제가 존재했다. 이 때문에 정책실행 수준에서 동아시아공동체론의 키워드는 다름 아닌 중국이었다. 동아시아공동체론의 모호성은 중국의 부상이 수반하는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못했다. 후텐마기지 이전 문제를 다시 보자. 오키나와기지의 존재는 기본적으로 한반도 유사를 상정한 것이고, 따라서 천안함사태가 기지 이전을 무산시킨 결정적 계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오키나와는 지정학적으로 일본 본토보다 대만에 근접해 있는 곳으로 대 중국관계에 가장 민감한 전략지역 중의 하나이다. 이곳에 주둔한 미군을 본토로 이전시킨다는 계획의 이면에는 무엇보다 일·중관계의 변화를 선도한다는 의욕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후텐마기지 이전의 좌절 이후, 간 내각은 대중국 접근에서 적대로 방향을 전환한 것일까. 이와 관련해 2010년 8월에 작성된 '새로운 시대 일본의 안전보장과 방위력의 장래구상(장래구상)'이라는 제하의 보고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보고서 작성 주체들은 동아시아지역과의 협력을 강조해 온 학계, 경제계, 그리고 관료출신들로 이루어진 수상 자문그룹으로 하토야마 내각의 발족과 거의 동시에 구성되었다. '장래구상'은 약 6개월에 걸친 토론을 걸쳐 작성된 만큼, 정권 출범과 동시에 전면화 되었던 동아시아공동체론의 논리보다 솔직하고 분석적이다. 그리고 간 내각의 신방위대강과 외교 대방침에도 단계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이기도 하다.

 

'장래구상'에서는 일본을 "태평양 북남, 아시아 동단에 위치한 국가"로서 정의하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이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다국 간 안전보장 틀로서는 "ASEAN지역포럼(ARF)가 중요하며, 이를 행동지향적인 예방외교의 메커니즘으로 확대시킬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초로서 한·미·일 삼각관계와 더불어 미·일동맹+호주 간의 협력관계를 들고 있다. 이는 일종의 환태평양 지역안전보장 구상으로, 범주 자체는 사실 하토야마 내각의 동아시아공동체론의 그것과 동일한 것이다. 지역범주는 과거 자민당 정권시절의 미일동맹을 기축으로 한 환태평양 지역구상과 대동소이하지만, 지역 내 질서에 대한 기본 인식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이는 미국의 압도적 우월성 저하와 중국의 대두, 그리고 이로 인한 파워 발란스의 변화이다. '장래구상'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일본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여기서 중국이 위치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간 내각의 '외교 대방침' 또한 이 점을 계승하고 있다. 이를 대 한반도 정책과의 연관 속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Ⅱ. 대 한반도 정책: 양궤도 접근

 

먼저 '장래구상'에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적 지위는 절대적이 아니며 그 우월성 또한 저하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과거 하토야마의 발언과 일치 하는 것이다. 다만 미국은 '대국'으로서 지역 내 영향력은 지속될 것이고 지역 내 안정요인으로서 결정적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는 간 내각의 외교노선에서 선명히 확인된다. 강조점이 달라진 것이다. 다만, 종래 미일관계의 일방적 보완관계는 상호보완으로 대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강조한다.

 

그 실제적인 행동은 공통전략목표의 실행과 지속적인 갱신이다. 이를 통해 미국과 부단히 협의하면서, 상호의존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월 6일 마에하라 외상과 클린턴 미 국무장관 사이에 미일공통전략목표의 수정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물론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잠정적'으로 주둔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보다 강조되고 있다. 이는 역시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일 대립 이후 중국의 대두가 가지는 의미에 대한 재해석과 연관된다. '장래구상'에서는 일본 근해로 확장되고 있는 중국의 군사활동의 능력 의도에 관한 불투명성, 불확실성을 문제시 하고 있다. 이는 전술한대로 신 방위대강에서 새로운 방위개념과 자위대의 재배치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보다 강조된 것은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발전은 일본으로서 극도로(極めて) 중요한 이익이며, 양국의 협력관계는 전략적 호혜관계를 기본으로 앞으로도 증진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과는 "고차원의 안전보장대화를 추진할 필요가 긴박한 과제이며, 정치수준에서도 대응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다. 중국과의 전략적 호혜관계에 대해서는 간 내각의 '외교 대방침'에서도 재차 공식화 한 바 있다. 일본은 결코 중국을 가상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결국 간 내각의 일본의 대외구상은 미국의 패권약화는 중장기적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중국의 대두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중 견제와 협조의 모색이 '적극적'으로 공존하고 있다. 이와 동일한 맥락은 대한반도 정책에서도 확인된다. '장래구상'에서는 역내 파워발란스의 변화에 대비해 '뜻을 같이하는 국가(like-minded countries)로서 한국을 지목하고 한·일관계를 안전보장의 차원으로 확대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2010년 5월 호주와 물품서비스 상호제공협정(ACSA)을 채결했음을 상기시키면서, 한국과도 동일한 수준의 군사협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의지는 신 방위대강에도 명기되었고 이미 그 현실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보가 시작되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물론 북한의 '핵 개발 및 도발행위'이다. '장래구상'에서 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외교노선과 관련한 각종 문서에서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은 '중대한 불안정 요인'으로서 안전보장과 관련한 항목에서 최우선 순위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고 있는 사실은 일본이 한국과의 안보협력의 추진과 동시에 대북 접근도 매우 치밀하게 준비해 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먼저 지난 1월 15일에 있었던 마에하라 외상의 방한이 가지는 의미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당초 마에하라는 북한 문제를 둘러싼 한미일 삼국의 외교방침을 재확인하는 한편, 그 연장에서 한국과의 군사협력 문제를 사전에 타진할 목적으로 방한했었다. 그리고 방한 당시 마에하라는 "북한과 대화가 이뤄지기 위해선 '남북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언명했었다. 이는 한국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마에하라는 작년 연말 일본 언론을 통해, 북한과의 비공식 교섭이 수면 하에서 추진되고 있음을 암시하면서, 2002년 북·일 평양선언에 기초해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위한 공식협상에 임할 것"임을 여러 차례 밝혔었다. 당시 마에하라는 회담의 형식에 대해서는 "백지"상태로 임할 것이며, 무엇보다 "6자회담의 개체 여부와 상관없이" 북·일간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었다. 6자회담에서 납치문제를 의제화 하고자 했던 자민당 시절의 외교에 가장 비판적이었던 인물은 다름 아닌 마에하라였다.

 

올해 들어서는 북한의 신년 사설에 대해서도 "매우 부드러운 톤의 사설"이라고 평가하면서, 북한과의 직접대화에 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마에하라의 이러한 발언은 돌출적인 것이 아니다. 과거 하토야마 수상 또한 북·일 평양선언을 이행한다는 취지하에, 방북을 추진하는 한편, 일본식 대북제재의 상징이었던 북한 화물검사특별조치법안을 철회했었다. 재일 조선인들의 숙원인 재일 외국인 참정권 부여 또한 이러한 움직임과 패키지로 추진되었었다.

 

간 내각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보다 구체화되었으며, 시기적으로 연평도 포격사건 직후에 가시화되었었다. 2010년 11월 19일 발표된 납치문제 대응 8개 항목이 그것이다. 여기서는 대북 "제제"나 "납치실행범의 신병인도"와 같은 강경언술이 삭제된 반면, "2008년 8월의 북-일 합의의 이행"이 강조되고 있다. 당시의 합의 내용은 일본의 대북제재 부분 해제와 납치문제 재조사를 위한 위원회 설치를 교환 조건으로 북-일 교섭을 재개하는 것이었다. 이 합의는 후쿠다 야스오 자민당 총리의 사임으로 물거품이 되었고, 이후 북·일 정부 간 교섭은 중단된 상태였다. 이를 재개시키자는 것이다.

 

특히 회담형식과 관련한 마에하라의 "백지" 발언은 납치문제 재조사를 위한 위원회 설치의 확약을 전제로 한 실무자급 회담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는 점에서, 대북접근에 있어 진정성 또한 확인된다.  

 

일본은 북한의 위협을 자국의 안전보장에 중요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한반도 '유사사태'를 반드시 북한의 붕괴로 환원시키고 있지 않다. 일본이 실제로 문제시 삼고 있는 것은 북한 내부의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정보가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본은 대북 정보 획득을 위해 한국에 없는 4대의 군사정보위성을 풀로 가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 하에 간 내각은 대한반도정책에 있어 일종의 양궤도 접근(two-track approach)을 구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시기적으로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공식화되었다는 점이다.

 

미·중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 이뤄진 기타 약속을 전면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주지하다시피 9·19공동성명에서 "6자는 동북아시아와 지역의 영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약속하고",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안전보장 면에서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방책에 대해 제안해 나가기로 합의"했었다. 이에 더해 "북한과 일본은 과거 청산, 현안문제 해결에 의거하여 국교 정상화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일본이 남북한을 상대로 이처럼 상반된 접근을 가시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미·중정상회담 이후의 국면을 고려한 것임이 확인된다. 이는 물론 미국과의 협의를 전제로 한 것이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사를 통해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이미 환영의 의사를 공식적 표명한 바 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미·중정상회담 이후 남북대화 또한 재개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보면, 지난 15일 방한 당시 마에하라가 한국에서 애써 선 남북회담의 중요성을 재확인 한 것은, 한국정부의 압력으로 인해 일본이 독자적인 대북 접근에 스스로 제동을 건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Ⅲ. 한·일 신시대 선언을 앞두고

 

한·일 간의 군사협정은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의 방일과, 이 때 이루어질 한·일 간 공동선언을 염두해 두고 추진되고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 내용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수상 간에 합의한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선언(한·일 파트너십 선언)'의 내용을 갱신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선언은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래 한·일 정상 간에 도달한 합의 중에서 가장 획기적이라고 할 만큼 내용과 형식 모두 높은 수준의 문서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채택된 국가와 사회, 정치와 경제, 문화, 그리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 등을 테마로 한 5가지 영역에서의 액션플랜은 한편에서는 한·일 간 문화교류 및 한류열풍을, 다른 한편에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의 실현이라는 선순환을 가져온바 있다. 그 실효성이 퇴색하고 있는 만큼 이를 갱신하고자하는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정부는 갱신의 내용을 한·일 간 군사협조의 강화로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일 파트너십 선언 제 7항에서 양국 정상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지향하는 동시에, 대화를 통한 보다 건설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었고,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의 이행에 대한 일본 측의 지지도 이끌어 낸 바 있다. 현재의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의 기조를 볼 때 한·일 간 군사협조의 갱신은 이 제7항의 수정을 불가피하게 한다. 그러나 이는 한·일 파트너십 선언의 의의를 후퇴시키는 행위가 될 것이다.

 

한편, 다소 논쟁적이지만, 한·일 간 군사협력 그 자체가 배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일본은 한국과의 우호만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반도 관계의 전면적인 재편을 기대하고 있다. 이것을 '이중외교'로 치환시키는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한·일 간 안보협력이 오히려 한·일 파트너십 선언 이후 본격화되기 시작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한국정부는 북·일 국교정상화를 적극적으로 독려했었다. 2002년 9월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과 북·일 정상회담, 그리고 평양선언의 조인 또한 그 산물이기도 하다. 한·일 파트너십 선언의 합리적 핵심을 계승하는 것과 한·일 간 안보협력의 병행은 모순되지 않는다.

 

전술한 '장래구상'을 보면, 일본은 향후 "수동적 평화국가에서 능동적 평화창조국가"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집단적 자위권의 발동과 평화헌법의 재해석의 의지도 동시에 담겨있다.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손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논리이다. 일본은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에 진정으로'평화창조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분명한 메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 또한 과거사와 영토 문제에 대해 일본에게 원칙적인 제언을 지속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일본이 바람직한 변화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특히 일본이 한반도에 대해 상반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은 곧 대한반도정책의 가변성을 시사한다는 점에 착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한국 외교의 몫이 있을 수 있다. 동북아지역의 다국적 안보협력의 차원에서, 나아가 일본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관점에서 일본의 전략적 가치는 신중하게 재고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한·일 간 신시대 공동선언의 채택은 그 중요한 기로가 될 것이다. 여기서 한국은 절대로 군사적 의제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한일관계의 새로운 진로모색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공헌하는 것이고, 이는 곧 일본으로서는 "평화적 창조국가"로의 중요한 도정이 될 것임을 설득해야 한다. 한국이 일본에 대해 이니셔티브를 발현할 때이다. (2011/01/28)

덧붙이는 글 | * 박정진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서울대일본연구소 HK연구교수)가 집필한 코리아연구원 특별기획33-4호입니다. 홈페이지(www.knsi.org)에서 원문 및 다양한 정책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코리아연구원(연구기획위원장: 이정철)은 정치●외교, 경제●통상, 사회통합 부문에서 정책대안 및 국가전략을 제시합니다. 홈페이지(www.knsi.org)와 전화(02-733-3348)로 회원등록 및 후원이 가능하며, 회비 및 기부금은 공익성기부금으로 인정되어 연말정산 때 세제혜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생각 네트워크, 코리아연구원과 아름다운 동행을 권합니다.

2011.01.28 15:37ⓒ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 박정진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서울대일본연구소 HK연구교수)가 집필한 코리아연구원 특별기획33-4호입니다. 홈페이지(www.knsi.org)에서 원문 및 다양한 정책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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