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녕군 길곡면 오호리에서 건설중인 '4대강 사업' 함안보 공사 현장.
권우성
이번 감사원 발표를 정말 목 빠지게 기다렸던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야당 의원들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내내 야당 의원들은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결과를 정말 애타게 기다렸다.
지난해 1월 25일 시작된 감사는 2월 23일에 끝났다. 이후 실무진의 감사결과가 6월에 마무리돼 주심위원에게 넘어갔지만, 그때부터 오랜 정체가 시작됐다. 주심을 맡은 은진수 감사위원이 감사위원회 회부 결정을 계속 미룬 것이다. 감사위원회는 감사 결과를 심의·의결을 하는 감사의 최종 단계다. 은 위원은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경선캠프 법률지원단장을 맡아 'BBK 의혹' 대응을 주도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자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던 은 위원은 국정감사를 한 달 앞둔 지난해 9월, 국토부에서 "일부 기술적 쟁점사항에 대해 이견을 제시(9월 3일)함에 따라" 기술용역을 의뢰하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발표를 미루는 결론을 내린다. 당시는 두 차례 결방을 딛고 방송된 MBC <PD수첩> '수심 6m의 비밀'편으로 4대강 사업의 '대운하' 의혹이 다시 불거진 때이기도 하다.
결국 감사결과 발표가 미뤄진 상태로 국정감사가 시작됐고, 의원들은 이미 감사가 끝난 사안을 전혀 다룰 수가 없었다. '4대강 국감'이라고 불릴 정도로 4대강 사업은 지난해 국감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였지만 감사원의 발표 연기는 거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야당 의원들은 은 위원을 증인으로라도 출석시켜 감사 결과에 대해 질의하려 했지만 수가 많은 여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4대강 사업 감사와 같은 감사원의 특정감사는 감사원 규정에 의해 120일 동안 하게 돼 있고 평균적으로 140일 내에 처리됐다"며 감사원이 "4대강 공사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될 때까지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의 말처럼 그동안 감사원의 특정감사는 신속하게 진행됐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이 해임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KBS 감사'는 55일 만에, 천안함 침몰 사건 감사의 중간발표는 38일 만에 이뤄졌다.
감사원이 시간 끄는 사이, 보 공정률 70% 육박그렇다면 감사원이 밝힌 감사결과 발표를 미룬 이유인 '기술적 쟁점사항'은 무엇일까?
하나는 낙동강 하구둑의 운영수위에 관한 것으로, 국토부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호우가 잦아져 운영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술용역 결과, 안전성을 고려해 낙동강 하구둑부터 함안보 사이 준설깊이를 1.01m에서 0.76m로 해야 한다고 나왔고 감사원이 이를 수용했다. 25cm를 덜 파내는 문제가 전체 감사결과 발표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안동댐과 임하댐을 연계운영 할 것인가, 아니면 연결운영 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감사원은 연계운영만으로도 2700만 톤의 용수를 확보할 수 있어 연결운영이 효과가 낮은 것으로 분석했지만 기술용역에서는 연계운영시 4400만 톤, 연결운영시 6200만 톤의 추가 용수확보가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이 역시 감사원이 중점적으로 감사했다던 '홍수 및 가뭄 극복 등을 위한 사업의 적정성'과는 거리가 먼 사안이다.
감사원은 이 같은 결과발표 지연에 "감사결과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며 "대상기관의 감사결과에 대한 수용성 확보 및 실효성을 제고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대상기관은 국토부로, 피감사기관이 수용할 수 있고 실현할 수 있는 부분을 감사원이 고려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와 준설은 진행되면 될수록 돌이키기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핵심 사안이 아닌 이유로 감사결과 발표를 지연시킨 것은 정부에 공사를 진척시킬 시간을 벌어줬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4대강 공사의 공정률은 지난 20일 기준으로 48.8%에 달하며 이는 목표치의 104.1%에 해당한다. 핵심 사업인 대형 보 공사는 공정률이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립적 헌법기관인 감사원, 4대강 사업에 훈수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