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등록금 대출시 갚을 돈 1억8천만원...헉!

[서평] 고액 등록금 대안 제시한 <미친 등록금의 나라>, MB에게 권합니다

등록 2011.01.28 10:04수정 2011.01.2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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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대학은 예전부터 거대한 '블랙홀'이었다. 예전 부모님들은 땅과 소를 팔아 대학교육을 시켰고, 요즘은 대출을 통해 대학 교육을 시키고 있다. 대학에 다닐 때에는 자신의 학비에 마음 졸이고, 졸업한 뒤에는 자식의 대학교육을 위해서 희생해야 하는 구조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대학은 부동산과 함께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욕망의 대상이자, 우리 삶을 옭아 매고 있는 거대한 덫인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도 뒤늦게 대학원에 들어가는 바람에 30대 후반인 지금도 석 달에 한 번씩 학비를 갚아 나가고 있다. 벌써 3년 넘게 석달에 한 번씩 대출 잔금을 갚으라는 문자가 날아오고, 아슬아슬하게 통장 잔액을 남겨야 하는 스트레스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주위에서는 이런 압박을 10년 가까이 견뎌야 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조금 있으면 자식들의 대학문제가 나에게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또다시 대학학비를 위해 이런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2010년 저출산·고령화 정책 취재를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자격으로 프랑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 프랑스의 출산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바로 철저한 여성배려 정책과 무상 교육이었다는 것이 당시 나의 결론이었다. 왜 우리나라는 프랑스나 북유럽 국가처럼 대학을 무료로 다닐 수 없는 것인가?

 

'교육의 질'이 높아 등록금이 많은 거라고? 거짓말하지 마시라

 

 <미친 등록금의 나라> 책 표지
<미친 등록금의 나라> 책 표지개마고원
<미친 등록금의 나라> 책 표지 ⓒ 개마고원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대학학비가 얼마나 엉터리로 책정되고 운영되는지 조목조목 분석해주고, 그 대안까지 짚어주고 있다.

 

사회과학 서적이지만 문학책을 읽고 있는 착각마저 들 정도로 문장 하나하나에 대학문제에 대한 필자들의 울분과 고통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 책이 바로 개마고원에서 출간한 <미친 등록금의 나라>(한국대학교육연구소 저, 개마고원 펴냄)이다.

 

이 책을 집필한 등록금넷,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대학등록금에 대해 끈질기고 집요하게 문제제기를 하면서 대안을 마련했던 단체들이다. 한편으론 많은 이들이 포기하고 있던 문제들을 바닥에서부터 밀어붙여 의제설정이라도 하게 만든 귀한 단체들이기도 하다. 이 단체들이 그동안 연구하고 모았던 충격적인 내용들은 책 곳곳에 포함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가 자랑하는 대책 가운데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를 한번 보시지요. 만일 여러분의 아이가 10년 후 사립대학에 입학해 4년간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로 등록금을 대출받았을 때 나중에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 아십니까? 32년간 무려 1억 7800만 원입니다. 믿어지십니까? 충격적이지만 이것은 사실입니다. (책 머리말 6쪽)"

 

저 수치에 머리가 띵해졌다. 다른 사람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책은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의 수준을 꼼꼼히 제시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안 사실이지만 OECD 국가에서 우리나라 대학등록금 수준은 미국 다음으로 높다. 심지어 일본, 영국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들은 이렇게 등록금이 높은 것이 대학교육의 질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꼼꼼한 수치로 이 주장에 대해 맞서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대학들은 '교육의 질'을 방패막이 삼아 비싼 등록금을 변호할 자격이 없다. 아무리 둘러봐도 세계 2위의 등록금을 받을만한 근거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학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32.7명으로 OECD 평균(15.8명)의 2배에 달한다. 미국(15.0명)은 물론이고 우리보다 등록금이 싼 일본(10.4명), 영국(16.9명), 프랑스(16.2명)와도 비교할 수준이 못된다. 흔히 대학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도서관 현황을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 대학 당 평균 장서 수는 56만권으로 북미지역 대학 평균(442만권)의 1/8 수준에 불과하다. (63쪽)"

 

사회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대학교육'... 학생만 부담하는 건 부당

 

또한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대학들이 등록금을 어떻게 황당하게 쓰고 있는지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사례1] 한 학기 등록금 500만 원이 넘는 조형대학의 강의실, 천정이 뜷려 쥐와 고양이가 떨어지는 한편, 이젤의 받침대가 부러져도 새것으로 바꿔주지 않는다. 학생들은 할 수 없이 벽에 세워놓고 사용한다. 돌림판은 죄다 녹슬어 돌아가지도 않는다. (64쪽)"

 

"[사례3] 설립자 부인 개인 취미까지 학교 법인카드 사용: 경북 소재 ㄱ대학 설립자 부인 이아무개씨가 수십 년 동안 세계 각국에서 학교법인 카드 등으로 사 모은 인형이 1만개가 넘는다. 한 개에 수십 만 원 하는 수집용 바비 인형 등 모두 고가제품이다.(100쪽)"

 

이쯤되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누구나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100~200명이 모인 대학 강당에서 잘 들리지도 않는 교수의 말을 경청했던 기억 말이다. 게다가 대학 비리 문제는 너무나도 흔해 신문 기사거리 조차도 되지 않는다. 이런 씁쓸한 현실에서 고액의 등록금을 내며 우리는 참고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책은 우리사회 학생들을 소비재로 인식하는 문화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학교육을 받는 것은 자신의 개인적 출세에도 도움이 되지만 우리사회 각 분야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교육비를 학생들만 부담해야 하는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대안을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대안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을 사서 읽어보시라.

 

특히 이 책은 정치인들, 교육공무원, 대학생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는 거대한 블랙홀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너무 일만 하지 마시고 설 연휴동안 이 책을 일독하라고 권하고 싶다. 대학 교육 정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열릴 것이다.

#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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