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를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는 인터넷 신문 <허핑턴포스트>.
<허핑턴포스트>
"미래는 승리를 위한 우리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가만히 서 있으면 안 됩니다. 로버트 케네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래는 그냥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성취해야 하는 것이다.' 현상 유지를 하는 것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지킬 수는 없었습니다. 그것은 각 세대의 희생과 투쟁,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부름을 요구해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각) 연두교서를 발표했다. 취임 후 두 번째이지만, 의회 권력이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나뉜 상황(상원은 민주당,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에서는 첫 번째로 이뤄진 연두교서 발표였다. 하원을 장악하고 상원에서도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 공화당이 정부의 지출과 막대한 부채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이날 오바마는 정부 지출 동결을 제안하면서도 미국의 미래와 장기적 경제 성장을 위해 교육과 연구, 인프라 향상을 위한 지출만은 결코 줄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혁신과 교육에 대한 투자를 제거해 적자를 줄이겠다는 것은 마치 엔진을 없애서 무거운 비행기를 가볍게 해보겠다는 것과 같은 얘기입니다. (그렇게 하면) 처음에는 마치 높이 나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여러분들이 충돌을 느끼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오바마가 교육과 기술 혁신, 그리고 인프라 확대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는 이유는 세계가 변했고 '규칙'이 바뀌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굳이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자신이 사는 고장의 공장이나 작은 기업에서 일하는 것만으로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었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오바마는 말했다. 또한 지금의 제조업은 예전처럼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는 것.
따라서 오바마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현 시대에 부합하는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기술 혁신과 교육,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혁신과 교육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건 비행기에서 엔진 없애는 격" 오바마는 지금이야말로 미국의 "스푸트니크 모멘트(Sputnik moment)"라며 기술 혁신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우리 세대의 스푸트니크 모멘트입니다. (…) 몇 주 안으로 저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예산안을 의회로 보낼 것입니다. 우리는 생명의학 연구와 정보 기술, 특히 클린 에너지 기술에 투자할 것입니다. 이 투자를 통해 우리의 안보는 더 강화되고, 지구를 보호하며, 미국 국민들을 위한 수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스푸트니크 모멘트'란 냉전이 한창이던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우주로 발사하는 데 성공하자, 우주 기술과 미사일 개발에서 세계 최고라 자부하던 미국이 정신적 공황에 버금가는 충격을 받은 때를 말한다.
당시 미국 의회는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국가방어교육법(National Defense Education Act)을 통과시켜 수십억 달러를 미국 교육 시스템에 투자했고, NASA를 설립했으며, 신세대 엔지니어를 육성하는 일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후 미국인들은 바로 이때의 스푸트니크 모멘트가 세계 초강대국 미국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해왔다.
특히 오바마는 향후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정유 회사에 대한 세금 보조를 없애는 대신 미래의 클린 에너지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2035년까지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력의 80%를 수력과 풍력, 원자력과 천연가스 등을 통해 충당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고속 철로와 고속 인터넷을 확충해 미국의 구석구석까지 연결함으로써, 모든 미국인이 새로운 시대의 기회와 혜택을 얻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교사가 '나라를 세우는 사람'"이와 더불어 오바마는 미국이 미래에 승리하기 위해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향후 10년간 과학과 수학 과목에서 10만 명 정도의 교사를 더 배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업 선택을 위해 고민하는 이들 중 이 연설을 듣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만약 당신이 이 나라에서 변화를 만들고 싶다면, 한 어린이의 인생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선생님이 되세요. 여러분의 나라가 여러분들을 필요로 합니다." 오바마는 "한국에서는 교사가 '나라를 세우는 사람(national builders)'이라고 알려져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고등학교 이상의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 차원에서 대학교 등록금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4년 동안 1만 달러에 해당하는 세제 혜택을 줄 것이라 약속했다.
또한 부모가 불법 이민자라고 하더라도, 미국인으로 자라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부모 때문에 강제 출국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여러 대학과 대학원에서 학업을 마친 많은 유학생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 결국 미국의 경쟁자로 만들어버리는 현재의 시스템을 개혁하겠다고 다짐했다.
"우리의 인프라는 한때 세계 최고였지만, 지금은 계속 처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일반 가정들에는 지금 우리보다 훨씬 더 훌륭한 인터넷이 갖춰져 있습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러시아는 우리보다 더 많이 도로와 철도에 투자합니다. 중국은 더 빠른 열차와 더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오바마는 21세기에 걸맞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2년간 기울였던 노력보다 훨씬 더 많은 투자를 앞으로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25년 안에 미국 국민의 80%가 고속 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5년 안에 미국인의 98%가 고속 무선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