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와 밀
심규상
대전을 좀 아는 사람들은 '중촌동'하면 여전히 옛 대전형무소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지역을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대전형무소'는 민족의 아픔과 한, 전쟁의 상처로 다가온다.
80년대 중반, 대전도심이 팽창하면서 '대전교도소'는 도심외곽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사람들 가슴속에 남은 상흔은 '대전형무소'와 '중촌동'에서 한걸음도 옮겨지지 않았다.
일제암흑기에 대전형무소는 독립운동가들을 가두는 탄압의 장이었다. 또 한국전쟁시기에 이곳에선 수 개월 동안 수 천여 명이 좌·우 이념대립의 틈바구니에서 무참히 희생됐다.
그런데도 남아 있는 대전형무소 망루와 우물터는 '평화의 이유'가 아닌 '반공의 이유'가 돼 왔다.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이런저런 포장에 겹겹이 가려졌다.
보다 못한 지역주민들이 직접 '평화마을 만들기'에 나섰다. '중촌마을역사탐험대 그루터기'와 '평화가 익는 마을 보리와 밀'이 그것.
'그루터기'는 대전형무소가 남긴 유적의 의미를 재해석해 마을을 평화의 마을로 만들어 가자는 취지에서 지역의 주민들이 지난 18일 결성했다. 이들은 일반 성인을 비롯 학생들에게 마을 투어와 교육 등을 하며 아픔의 역사를 평화의 마을로 바꿔 나가고 있다.
'먹을 거리' 서로 나누며 평화 일구는 '보리와 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