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싸인>에 출연 중인 박신양 역시 다리 부상을 입었지만 채 회복하기도 전에 촬영장에 복귀했다.
SBS
드라마의 생방송화에 대한 문제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지적됐었다. 드라마 방영 시작 2주 후면 여유 촬영분이 바닥나 이후부턴 분초를 다투며 밤샘 촬영은 예사로 이어지는 제작환경. 그 속에서 연기에 대한 연구와 깊은 생각은 할 겨를도 없이 대사 외우기에 급급한 배우들과 피로감이 누적된 스태프들이 만들어낸 완성도 떨어지는 드라마에 대한 비판의 결론에는 언제나 '사전제작'이 유일한 대안으로 언급됐다.
그러나 사전제작은 언제나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외면 받아왔다. 방송사 자체제작이 아닌 외주제작사에 의한 드라마 제작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편성을 받지 못한 사전제작 드라마의 제작은 시작 단계에서부터 난관을 겪게 된다. 무엇보다 편성이라는 확실한 보증을 받지 못한 상황인 만큼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다. 재정상태가 열약한 대다수 외주제작사의 입장에선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설사 드라마를 완성시킨다고 해도 편성이란 관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아이돌 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 유이가 주연한 드라마 <버디버디>는 지난해 3월 촬영을 시작해 11월에 끝난 100% 사전제작 드라마.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월화드라마 <역전의 여왕>의 후속작으로 MBC와 조율했던 <버디버디>는 결국 편성이 무산됐다. 이처럼 완성된 드라마가 편성을 받지 못해 방영이 불투명한 경우, 그 위험부담은 결국 온전히 제작사의 몫으로 돌아간다. 그 때문에 제작사는 사전제작을 꺼릴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사전제작의 현실적인 어려움은 적지 않다. 잘못된 편성으로 작품이 빛을 못 보게 되는 경우도 그 중 하나. 예컨대 2009년 방영됐던 MBC 주말드라마 <탐나는도다>는 빼어난 영상미와 잘 짜인 이야기로 호평을 받았으나 오후 8시 주말드라마 타임에 편성되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시청자들은 "홈드라마 시간대에 16부작 미니시리즈를 편성한 탓"이라며 아쉬워했다.
이제는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또한 편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편성과 투자를 모두 이끌어내야 하는 만큼 제작사 입장에선 잘 나가는 소수의 특급 연예인의 캐스팅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동남아시아 및 일본시장에서 지명도가 높아 드라마의 해외 투자 유치와 수출에 용이한 소수 한류스타에 대한 쏠림현상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드라마 생방송화를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제2, 제3의 문근영, 정우성은 계속 나오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시청자들은 본방송 대신 대체 편성된 특별방송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배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링거를 맞고, 응급실에 실려가며, 때론 의사의 권고도 무시한 채 목발을 짚고서라도 촬영장에 복귀할 것이다. 쪽대본과 날림 편집으로 드라마는 후반으로 갈수록 엉망이 될 것이며, 그 피해는 시청자의 몫이 된다.
100% 완전 사전제작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50%, 70% 사전제작이라도 노력해서 정착시켜야 한다. 편성과 투자를 위해 소수 한류스타에게 목을 매고, 그로 인해 배우들의 몸값이 올라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좋은 방송콘텐츠에 대한 정부 지원도 필요할 것이다. 최근 고현정과 문근영은 인터뷰와 시상식에서 열약한 드라마 제작환경에 대해 토로한 적이 있다. 언제까지 우리는 배우들의 이런 모습을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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