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 피어나는 야생화 산책로'라고 이름이 붙은 길. 자전거 겸용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눈이 덮여 있어 조심스럽게 지나가야 한다.
성낙선
춘천은 자전거여행을 하기에 적합한 도시 중에 하나다. 자전거도로 같은 설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볼 수 있는 관광지가 많은데다, 거대한 호수를 품고 있는 도시답게 주변 풍경이 무척 아름답고 시원하기 때문이다.
이날 여행은 경춘선 종착역인 춘천역까지 전철을 타고 가서 춘천에서 소양강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 다음, 그 곳에서 다시 배를 타고 들어가서 오봉산 아래 자리를 잡고 있는 청평사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으로 정했다. 눈길에 자전거를 타고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배가 뜨는 시간에 맞춰 선착장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여서 조금 서두른다.
춘천역에 내려서는 역 앞 광장에서 왼쪽으로 나 있는 길로 방향을 잡는다. 다른 승객들은 보통 정면으로 나 있는 길을 걸어 시내로 진입한다. 방향을 잘 모르거나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지 알 수 없을 때는 광장에서 길 안내를 해주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만약에 소양강댐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면 남춘천역이나 춘천역에서 내려 버스(11번, 12-1번)를 타면 된다. 두 버스 모두 승객들을 소양강댐 위에 내려준다.
역에서 소양강까지 그리 멀지 않은 거리다. 역 광장에서 도로로 들어설 때, 도로 왼쪽에 있는 인도 위로 자전거도로가 있다는 점에 유의하자. 도로에 따로 갓길이 보이지 않는다. 바로 도로로 들어서기가 망설여지면,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게 좋다. 소양강가로 접어들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강물 위에 높게 올려 세운 소양강처녀 동상이다. 한겨울에도 여전히 짧은 한복을 입고 있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동상의 무릎이 유난히 시려 보인다.
소양강처녀 뒤로 보이는 다리가 야경이 아름답다는 소양2교다. 이 다리가 가진 미덕은 다른 다리에서는 볼 수 없는, 넓은 인도와 자전거도로다. 상판에 인도와 자전거도로까지 분리가 되어 있는 다리는 지금까지 내가 본 것으로는 이곳이 유일하다. 그런데 오늘은 이 다리도 눈이 덮여, 인도고 자전거도로고 할 것 없이 온통 눈밭이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페달을 밟는다. 그나마 아직 눈이 얼어붙지 않은 게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