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 참여연대 최중경 후보 사퇴 촉구 기자회견1월 24일 참여연대 최중경 후보 사퇴 촉구 기자회견
참여연대
지난해 12월 31일,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다가오는 새해를 맞는 설렘이 뒤섞여 누구라도 만나서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은 그날, 언론을 통해 전달된 소식 중 하나가 그렇지 않아도 싱숭생숭한 기분을 더 비틀어 놓았다. 최중경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지경부 장관 내정. 바로 그랬다.
2004년과 2008년 고집스럽게 정책을 밀어 붙이다 국가 재정과 민생 그리고 기업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혔던 최중경 전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이 또다시 정부요직에, 그것도 한 부처의 장관자리에 오른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신정 연휴가 지나자 언론들은 최중경 후보자에 대한 수많은 의혹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투기의혹, 불법 매입, 탈세 등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의혹들은 이를 지켜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느 순간 이해가 불가능한 차원을 넘어 이내 실망과 분노에 이를 것을 부추겼다.
18일 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개인적으로는 그를 중심으로 주렁주렁 매달린 의혹과 의문들이 일정 부분 해소되거나 그의 입을 통해 충분한 해명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니 적어도 고위공직자가 되겠다고 인사청문회 자리까지 온 만큼, 적어도 지난 과오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10시간이 넘는 인사청문회 동안 그의 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몰랐다'와 '내 책임이 아니다'였다.
최중경 후보자 본인과 부인의 월급으로 도저히 매입할 수 없는 가격의 토지를 매입했는데 부인은 알고, 남편은 모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이때 처음 알았다. "가계의 전 재산을 초과하는 지출을 했으나, 나는 몰랐다." 상식적으로 이게 앞뒤가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는 결코 모르지 않았을 것이고, 내가 아는 수많은 사람들도 결코 모를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자경․자영하지 않으면서 농지를 구매하면 불법'인 시기에 '주말농장용 혹은 노후용으로 구입해 실제 농사를 짓기도 했다'는 답이 지난 위법행위를 위법이 아닌 것으로 바꾸어 줄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 사실은 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당시 해당 토지에 전입자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거짓증언임이 밝혀졌지만.
그가 가까스로 인정한 오피스텔 면적 축소신고, 재산세 체납 그리고 최근 드러난 공짜 전세 의혹은 빼고, 위의 부동산 관련 의혹과 그의 대응만 지켜봐도 나는 최중경 후보자가 고위공직자 후보에 오르는 것이 부적절 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다보면 욕심도 생기고 실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지 않고 모르겠다고 버티는 사람이 어떻게 한 부처의 장관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청와대는 아직도 그가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던데, 청와대를 제외하고 어떤 국민이 그 생각에 동의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