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망세루
최지혜
연화담, 예전에 벼를 재배하던 논으로 오직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에 의존하여 모를 심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새로이 연못을 만들고 연꽃을 피게 해 놓았다. 지금은 연꽃을 볼 수 없는 계절이라 표지판이 없었다면 이곳이 연못인지도 구별하지 못했을 거다. 꽃이 만개할 날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다. 산막이옛길, 어쨌든 봄 되면 다시 꼭 찾아야 할 이유 투성이다.
연화담을 지나 괴산호쪽으로 따라가면 망세루로 이어진다. 망세루는 남매바위라 불리는 바위 위에 정자를 만들어 비학봉, 군자산, 옥녀봉, 아가봉과 좌우로 펼쳐진 괴산호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해놓은 곳이다. 세상의 시름을 잊고 자연과 함께 평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지만 난 이곳에서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앞서 말했던 화장실 사건이 여기서 터진 것이다. 산막이옛길의 화장실은 모두 간이화장실이다. 그러니 내부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지저분한 건 두말하면 잔소리. 주차장에서도 선착장에서도 괜찮겠지 하고 참았었는데 여기까지 와서 인내심을 소진하고 말았다. 주차장에서 망세루까지는 거의 1km의 거리. 선착장 화장실이 가장 가깝지만 화장지가 차에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주차장까지 가는 수밖에…. 결국 다시 돌아가 시원하게 일을 해결하고 다시 일행들의 뒤를 쫓았다.
굳이 창피함을 무릅쓰고 민망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다른 방문객들이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일행들에게 장난으로 "오늘 또 하나의 교훈을 얻었어, 화장실은 그때 그때 가자"라고 말을 했지만 절대 헛된 말은 아니다. 더불어 이곳을 추천해준 일행의 말에 의하면 자금 부족로 제대로 된 화장실 하나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니 이 또한 발빠른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다. 이런 사소한 불편함이 아름다운 산막이 옛길의 이미지 훼손시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망세루를 지나면 걷기편한 나무데크길이 이어진다. 불가피하게 계단을 만들어야 했던 데크길에는 자전거족을 위해 경사진 나무판을 덧대어 놓는 센스까지 돋보인다.
길을 따라 열심히 일행을 뒤쫓아가다 순간 멈칫했다. 내 눈 앞에 호랑이가 떡하니 버티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자세히 보니 모형. 깜빡 속아 한 두걸음은 뒷걸음질을 쳤던 것 같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스스로 어이가 없어서 쓴웃음을 지었다.
요즘 세상에 동물원도 아닌 사람들이 버젓이 다니는 산책로에 호랑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니 나도 참. 호랑이 모형의 뒤쪽으로 보이는 굴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여 1968년까지 실제로 호랑이가 드나들며 살았던 굴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