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크로 만든 생활용품
이상기
휴게소 안으로 들어가서 지도책도 하나 사고 커피도 한 잔 마셨다. 커피 한 잔에 1유로가 조금 넘는 정도다. 그런데 휴게소 안에 특이한 게 눈에 띈다. 코르크(Cork)로 만든 생활용품이다. 가방, 우산, 앞치마에서부터 용기, 장난감, 필통 등 없는 게 없다. 코르크는 아주 가볍고, 단열과 방음성이 뛰어나 산업용으로도 많이 쓰인다고 한다. 물론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와인병의 코르크 마개다.
포르투갈은 세계 최대 코르크 생산국이다. 전 세계 코르크 생산량 34만t 중 52%가 포르투갈에서, 32%가 에스파냐에서 생산되고 있다. 코르크는 코르크 나무의 껍질이다. 코르크는 25년 정도 자란 코르크 나무에서 생산할 수 있다. 코르크는 벗겨낸 외피가 다시 두꺼워져야 하기 때문에 9년에 한 번씩 벗겨낸다고 한다. 코르크 나무에서는 200년 동안 코르크를 벗겨낼 수 있으며, 한 나무의 평생 생산량은 1t 정도라고 한다.
휴게소를 떠난 차가 남쪽의 알가르브(Allgarve)주에 이르자 날씨가 좀 더 좋아졌다. 알가르브는 대서양을 끼고 동서로 길게 이어진 주로 13세기 초부터 포르투갈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다. 현재는 155㎞의 해안선을 따라 그리고 내륙의 산악지역을 중심으로 관광 리조트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 차는 알부페이라 근방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곳에서 세비야까지는 약 200㎞로 두 시간은 더 가야 한다. 버스는 포르투갈과 에스파냐의 국경인 과디아나강에 이르기 전에 잠깐 쉬었다. 과디아나강은 에스파냐 중남부 내륙에서 발원해 서향하다 바다호쓰(Badajoz)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튼 뒤 카디쓰(Cadiz)만으로 빠진다. 총 길이가 829㎞로 이베리아 반도에서 네 번째로 길다.
이슬람, 유대인, 기독교 문화가 만난 세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