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009년 5월 4일 오전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공인된 서울 중랑구 면목2동 '나래 어린이집'을 방문, 어린이들로부터 감사의 꽃다발과 뽀뽀 세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복지담론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그리고 시민사회에서도 논쟁이 한참이다. 새해를 맞아 민주당이 무상급식, 무상의료에 이어 반값등록금과 무상보육을 당론으로 정했다. 지난 6·2지방선거 때 민주당의 보육정책은 만5세아의 무상보육에만 머물러 있었는데 이번에 당론으로 채택한 무상보육안은 만5세는 물론, 만0세~4세까지 전액 국가부담으로 넓혔고, 만5세아의 지원금도 표준보육비 기준으로 올렸다. 가히 획기적이라고 할 만하기도 하다.
물론 아직 무상보육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현재 한국사회에서 영유아 무상보육이 부모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덜어주는 데 크게 기여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좋은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무상보육' 정책에 대해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선두에 서서 딴지를 걸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의료·무상보육 같은 공짜시리즈 막아야 한다"고 무상보육 정책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후에 "공짜치즈는 쥐덫 위에만 있다"고 하며 소위 '무상시리즈'를 비난한 말은 크게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부모들이 국공립 보육시설을 선호하는 이유물론 실제 부모들의 입장에서도 무상보육을 무작정 반기기 어려운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믿고 맡길 만한 보육시설이 집 근처에 없다면 현금 지원 정책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상보육이라는 좋은 취지는 사실 양질의 서비스와 저렴한 보육비 등을 뒷받침해주는 공보육 서비스 체계 위에서 진행될 때 살아날 수 있다.
게다가, 민간보육시설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전체 보육료 상승을 실제로 통제하지 못하게 될 위험도 있다. 정부의 부모 소득별 보육료 지원이 확대되면서 부모 부담이 줄어야 하지만, 오히려 민간시설의 기타 경비가 늘면서 부모의 보육료 부담이 증가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공보육 서비스가 약한 우리 현실에서는, 특히 영유아 보육시설의 경우 정부의 관리와 감독이 잘 되는 곳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국공립 대기자가 좀처럼 줄지 않는 이유도 부모들의 신뢰도가 그만큼 높다는 증거다.
그런데 서울시만 해도 2010년 한 해 동안 영유아 학대 등의 문제로 행정처분을 받은 '서울형 어린이집'이 566곳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운영이 중단된 경우는 26곳이고, 시정명령만 받은 곳이 대다수다. 이제 서울 시민들은 오히려 보건복지부의 평가인증을 통과하고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지정돼 국고 지원까지 받은 시설들이 행정처분을 받자 더 못 믿겠다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보육'을 비난하면서 제대로 된 보육정책인 것처럼 추진하는 '서울형 어린이집'은 국공립시설과 민간보육시설이 정부의 평가인증과 서울형 공인을 위한 추가 기준을 통과하면 인건비, 기타운영비, 환경개선비 등을 지원받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서울시가 국공립시설의 대기 아동수를 해소하고, 민간시설에도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2009년 3월부터 추진한 프로젝트다. 현재 서울형 어린이집은 시행 2년을 앞두고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마저 '공공형 어린이집'이라는 형태로 전국에 1000여 개를 더 확대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국공립 수준으로 공적 자금을 지원받는 민간시설이 보육의 공공성을 대표해온 국공립 수준으로 질적인 도약을 한다면 좋은 일이다. 부모의 시설 선택권도 넓어지고, 보육에 대한 불안감도 덜어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부의 평가인증과 서울형 공인만으로 보육서비스의 질까지 믿기는 아직 힘들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아직 실험단계인 서울형 어린이집을 무턱대고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그렇게 했을 때 문제점들은 없는지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오세훈 시장이 무상보육정책을 맹비난하고 있는 지금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서울형 전환, 보육서비스 질적 개선도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