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진보신당 부대표
남소연
그렇다면 짧은 기간에 왜 이런 변화들이 일어났을까? 지금 야권에서는 진보신당 당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만큼 야권연대와 정치질서 재편이 화두다. 그것의 이름이 선거연합이든, 야권단일정당이든, 비민주대통합정당이든 간에 국민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지금의 정치지형에 대한 불만이고 변화의 욕구다. 대중정당이라는 형태로 정치를 하고자 하는 세력들은 누구든 이 국민 불만을 해소하고 욕구를 만족시켜 줘야 할 의무가 있다.
이 국민 주문에 대해 진보신당 당원들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6·2지방선거 이후 진보신당 안에서 등장하게 된 소위 '통합파'란 본질적으로 '정치파'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정당활동을 사회운동 측면에서 접근하기보다는 현실에서 승리하는 정치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 현실정치의 우선성을 체득한 이 '정치파'는 국민들의 바람과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이른바 '반MB-묻지마연대'나 '도로민노당-양당통합'을 지지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위 여론조사의 다른 항목에서도 보이듯 "보편적 복지와 신자유주의 극복, 한반도 평화"를 중심으로 내용이 분명한 연대연합이어야 한다는 것이 진보신당 당원들의 압도적 의견(94.6%)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은 보수와 진보가 총체적인 가치와 비전을 가지고 맞닥뜨리게 된다. 이 때문에 단순한 반MB를 넘어 구체적인 대안과 국가비전을 담아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선거승리도 불가능하고 야권단일정당은커녕 선거연합조차도 불가능하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반MB라는 국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야권연대를 부분적으로 경험했다면 2012년에는 더 알찬 가치와 비전을 공유한 상태에서 더 크게 이뤄져야 한다. 복지국가 건설을 당면과제로 하는 정치동맹이 구축되어야 한다. 각 당이 자신이 쥐고 갈 가치를 분명하게 밝히고 이를 중심으로 선거연합에서 단일정당까지 추진한다면 그 가능성이 보이지만 세력연합을 통한 양적재편에만 머물거나 감동없는 정치공학만 존재하는 연합에는 국민들이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노무현의 실패가 진보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지금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야권재편과 새로운 진보정당의 건설을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있다. 야5당 중 가장 역동적인 논쟁과 논의를 하고 있는 곳은 단연 진보신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논쟁과 논의의 폭은 소수파로 남더라도 자기 정체성을 강하게 내세워야 한다는 "소금정당론"에서부터 집권가능한 진보를 위해 유연함을 가져야 한다는 '중도진보정당구축론'까지 매우 넓다. 그런데 그 연대연합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 타 야당들에 대해 진보신당이 내걸고 있는 조건은 '반성과 성찰'이다. 특히 구 집궙세력인 국민참여당과 민주당에 대해서 그 날이 더욱 날카롭다.
그런데 돌아보자. 진보신당은 오늘 국민들과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진보신당은 반성하고 돌아볼 것이 없을까? 아니다. 이른바 자유주의정치세력인 구 집권세력이 역사적 과제에 대해 무지했다면, 진보정치 세력은, 지금의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역사적 책임에 대해 오만했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총선에서의 대승을 바탕으로, 사회경제적 영역에서의 진보적 전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지만 그들은 주어진 권력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오히려 반노동자정책과 친재벌노선으로 '좌파신자유주의자' 소리를 들어야 했다. 역사적 과제에 대해 무지했다.
진보정치세력도 마찬가지다. 진보정치세력은 무엇보다 역사적 책임에 대해 오만했다. 예컨대 2004년 열린우리당에 의해 국가보안법 개정 및 폐지론이 제기되었을 때 진보정당은 국가보안법 '개정'은 사이비 개혁이며 국보법 '폐지'만이 올바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구속자의 90% 가까이가 국가보안법 7조의 이적표현물 조항이었다. 2004년 당시에 7조의 개정은 한나라당도 찬성할 정도였다.
진보정치세력이 '역사적 책임'에 대해 진정성이 있었다면 7조의 개정에서 여야가 대타협을 하자고 공세적 타협안을 제안했어야 했다. 그러나, 진보정치세력은 노무현 정부가 개혁을 이야기하면 '더 급진적 개혁안'을 통해 차별화하는 것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의 '가짜 진보'가 실패하면 국민들이 '진짜 진보'에 대한 기회를 주지 않을까 하는 그릇된 환상을 가졌던 것이다. 마치 진보정치세력이 자유주의 정치세력을 소수화시키고 성장한 영국 노동당 모델을 암묵적으로 가정했던 셈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우리가 기대하던 것이 아니었다. 보수는 확장되었고 개혁과 진보는 동시에 위축되었다. 민노당(현 진보신당 세력 포함)은 2004년 총선에서의 10석이라는 의석과 한때 22%를 넘어선 지지도에 담긴 국민들의 기대로 표현된 역사적 책임에 대해,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오만했다.
진정한 야권연합을 원한다면 각자 반성부터노무현 정권이 설익고 준비가 안 된 정권이었던 것도 사실이고, 노무현 정권이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앞세운 것도 사실이지만, 진보정당 세력은 노무현 정권이나 한나라당 정권이나 뭐가 다르냐는 인식으로 2007년 대선을 바라보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이명박 정권이 탄생했다. 지금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하에서 온갖 고통과 시름을 겪고 있는 것은 민주당(지금의 국민참여당 세력 포함)으로 대변되는 자유주의 정치세력과 민노당(지금의 진보신당 포함)으로 대변되는 진보정당 세력이 보여준 무능과 무책임 때문이다. 나는 2007년 이명박 정권 탄생 당시 민노당에 몸담고 있던 사람으로서 오만과 무능과 무책임을 반성한다.
2012년 대선을 앞둔 지금, 야당들이 연대연합을 꿈꾼다면, 그 세력들은 서로 자신부터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과거로부터 아무 것도 얻지 못하면 미래에서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부끄러운 것은 과거의 실수와 잘못이 아니라 성찰없이 미래를 얻으려는 정치적 불성실이다. 그것은 국민들에 대한 불량한 태도일 뿐이다.
진보신당 당원들은 명령했다 "통크게 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