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종달리 전망대 부근 해질무렵
김민수
제주의 바람에 미쳐 그 바람을 담으려고, 필름을 사려고 주린 배를 움켜쥐고 이곳을 걸었을 영갑이 형, 이제 당신이 뷰파인더로 바라보았던 그것들이 신화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파고들고 있습니다. 살아생전에 빛을 보지 못하고, 그 육신이 셔터 누를 힘조차도 없어진 후에야 조금씩 사람들은 알았습니다.
제주의 바람을 담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많은 이들이 영갑이 형이 걸었던 흔적을 더듬어가며 뷰파인더에 제주의 풍광을 담았지만, 아직은 그토록 진한 감동을 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경지는 살아생전에는 이르지 못할 경지일 것이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