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백사장에서 만난 갈매기. 우리를 환영하는 것 같았습니다.
조종안
붉게 물든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광안대교는 그 웅장한 모습이 한 장의 실루엣 사진처럼 다가왔다. 부산에서 7년을 살면서도 처음 보는 해운대 저녁노을은 만주기행의 상서로운 조짐이자 보너스라는 생각에 더욱 흐뭇하게 느껴졌다.
박 시인도 어렸을 때 부산에서 살면서 고생하던 일들이 하나씩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그는 해운데 부근 공사장에서 막일을 해서 번 돈으로 아는 사람은 물론 소통도 불가능했던 일본에 다녀왔다며 20대 시절을 회상했다.
불에 달구어진 쟁반을 떠오르게 하는 하늘과 금빛으로 반짝이는 겨울 바다를 감상하면서 동백섬 끝자락에 위치한 누리마루를 돌아 해운대 백사장에 도착하니까 공중을 배회하던 갈매기 한 마리가 모래사장으로 사뿐히 내려앉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매콤하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인 대구탕겨울바다의 낭만을 만끽하며 모래사장을 거닐던 박영희 시인이 한참을 두리번거리더니 "저곳이 맞는 것 같습니다"라며 우리를 안내했다. 그는 옛날부터 대구탕을 잘하기로 이름난 식당인데 이사한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인을 따라 식당에 들어서니까 넓은 공간에서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고, 대구탕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박 시인의 설명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가격도 한 그릇에 8천 원으로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는데 손님도 20대 젊은이에서 노인까지 다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