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 운영권 브로커 유상봉씨의 또다른 이름 '유상준'. 유씨는 '원진씨엔씨' 총괄사장이라 적힌 명함을 송씨 등에게 건넸다.
오마이뉴스 구영식
심각한 문제는 송씨가 김 대표와 유 대표를 고소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이 '함바사기' 혐의가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무혐의' 의견을 내서 검찰로 송치한 것이다.
송씨는 충남 행복도시 B-4 블록 함바집 운영 계약 등과 관련해 지난 2009년 12월 김 대표와 유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을 맡은 강동경찰서는 2010년 9월 초 무혐의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고, 서울동부지검도 며칠 후 '무혐의 처분'을 확정했다. 이후 서울고검에 항고장을 냈지만 기각됐다.
하지만 경찰이 이 함바사기사건을 제대로 수사했다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 우선 충남 행복도시 B-4블럭 등의 함바집 운영 계약은 2009년 8월에 체결됐다. 하지만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계약서의 '갑'인 원진씨엔씨는 3개월 전인 5월에 폐업되었다. 폐업된 회사의 이름으로 함바집 운영 계약을 맺고 공증까지 한 셈이다.
그런데도 강동경찰서는 검찰에 낸 수사의견서에서 "원진씨엔씨 법인등기부를 확인한 결과 원진씨엔씨의 법인은 폐업되지 않았다"고 기술했다. 이러한 의견이 '무혐의 처분'의 근거가 됐음은 물론이다.
또한 강동경찰서는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면서 "삼성건설 행복도시 B-4 블록은 입점되지 않았지만 무주태권도 공사건은 현재진행중인 점" 등을 들어 '무혐의' 의견을 냈다. 하지만 삼성물산측은 "무주태권도공원 건립공사 현장식당 운영권은 체결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송씨는 "폐업된 회사 이름으로 함바집 운영 계약을 공증해 주고, 실제 진행되지도 않은 건으로 계약한 것은 완전 사기임을 보여준다"며 "그런데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한 것은 뒷배경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유씨는 검찰조사에서 자신과 접촉한 총경급 이상 간부가 200명에 이른다고 진술했다. 그런 점에서 그가 광범위한 경찰 인맥을 바탕으로 매제와 아들이 연루된 사건에 힘을 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함바사기사건 무혐의 처분한 곳에서 함바비리를 캔다?특히 유상봉 일가인 김 대표와 유 대표를 '무혐의' 처분한 곳이 서울동부지검이라는 점은 독특하다. 현재 이곳에서 함바비리사건을 파헤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송씨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원래 동부지검이 아니라 안산지검 특수부에서 여러 건의 고소사건을 바탕으로 해서 함바비리를 수사했다. 안산지검에서 유씨의 부산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증거들을 확보했다. 사기금액이 300억 원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두어 달 후인 2010년 11월께 동부지검으로 넘어갔다. 그걸 보고 함바집 운영자들은 동부지검에서 제대로 파헤치기는 틀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건이 워낙 커서 동부지검도 봐줄 수 없게 됐다."송씨는 "유씨 일가를 고소하지 않은 사람이 많은데 왜 그런지 아느냐?"며 "아무리 고소한다고 해도 빽(뒷배경)을 써서 금방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함바집 운영하면 몸 엄청 축나...돈 많은 사람은 안 한다" |
유상봉 일가에서 함바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송아무개씨가 함바집을 운영한 지는 5년 정도 된다. 송씨는 "성실하지 않으면 함바집을 운영할 수 없다"며 "게다가 지금은 옛날처럼 수입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옛날에는 술과 고기를 팔았다. 또 사람들이 간식을 많이 먹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전사고 가능성 때문에 술을 팔 수 없다. 술을 팔아 사고가 나면 함바집에서 책임져야 한다."
송씨는 "지금 함바집 식사 가격은 3500원에서 4000원 사이인데 물가가 지금처럼 올라도 그 가격을 올릴 수 없다"며 "건설회사와 미리 계약을 하고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함바집 한 번 운영하면 몸이 엄청 축난다. 저녁 12시에 들어가 새벽 4시에 나와야 한다. 많이 자야 4시간이다. 죽을 고생을 해야 한다. 수명도 짧아진다. 이러니 돈이 많은 사람은 함바집 안 한다."
송씨는 "브로커들이 운영권을 매입하면 몇배 높은 가격으로 되판다"며 "그래서 함바집 운영자와 건설회사가 직접 계약하는 게 가장 좋다"고 주장했다. 이어 송씨는 "우리 같은 사람은 정보도, 인맥도 없기 때문에 브로커들에게 함바집 운영권을 살 수밖에 없다"며 "건설회사 사장의 친구라면 모를까 누가 그냥 운영권을 주겠나?"라고 토로했다.
송씨는 "함바집은 대부분 친인척,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서 한다"며 "잘 안되면 신용불량자되고, 형제들로부터 버림받고, 자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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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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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바집 운영권 하나에 '이중 계약'...명함 파주며 안심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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