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자로 나선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동물 생명권의 관점에서 본 축산업의 현실'을 주제로 "지금의 생태계는 긴 시간의 역사성 위에 서 있다"고 전제 한 후 "그런데 오직 인간만이 마치 모든 생태계의 생사여탈을 할 수 있는 존재인양 군림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구제역 상황은 우리 인간들이 지닌 오만함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요즘 우리는 육식을 지나칠 정도로 많이 한다"며 "우리가 어릴 적엔 고기 없어도 잘 살았는데 이제는 고기 없으면 못 산다는 말이 들릴 정도"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 교수는 "이번 구제역 사태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만들어진 토론회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 운동으로써 나아가기를 바란다"며 "우리 인간들이 마음속으로 지녀야 할 것은 '동물과 생태계 속에서 형제다'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발제자 홍하일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위원장은 '적게 먹고 적게 기르고 적게 죽이자'라는 주제에서 현 축산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민들에게는 올바른 식문화의 개선을 요구했다.
홍 위원장은 "가축들이 사육되는 환경을 현장에서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최소한의 본능도 누리지 못하는 비좁은 공간에서 인공시술과 항생제 등 여러 약물을 투여해 기르는 것을 소위 공장식 축산이라 부른다"며 "이 같은 축산 환경에서 소와 돼지 등의 가축들이 식용으로 사육되고 있다"고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축산 환경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구제역 사태로 전국적으로 예방주사를 놓겠다고 하는데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소는 85%, 돼지는 40%정도만 질병을 예방할 뿐 근본대책은 될 수 없다"며 정부에 근본적인 축산정책의 개선을 요구했다.
아울러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도 '부메랑이 된 음식-바람직한 식생활과 육식'이라는 발표를 통해 육식 중심의 식생활 문화를 되돌아보고 대안을 모색했다.
박 소장은 "우리의 식탁에 오른 음식은 공급자를 위한 것이고, 자본의 이익에 충성하는 식품이며, 수많은 식품첨가물이 함유되어 있다"며 "가축마저도 공장제 사육환경 안에서는 '개성을 가진 생명이라기보다 그저 상품'이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연스러운 식단으로 채식을 권하며 "암호 같은 표시가 붙어있는 '제품'이 아니라 유기 농산물 같은 '음식'을 먹자"고 제안했다.
다음은 김경호 들꽃향린교회 목사의 '살처분, 생매장 당한 190만 생명을 위한 기도' 전문이다.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
당신께서 우리를 지으셨다는 것은
높은 지능을 가진 피조물이나
낮은 지능을 가진 피조물이 똑같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
당신께서 우리를 지으셨다는 것은
천년을 사는 학이나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가
모두 형제요 자매라는 의미입니다.
세상을 조화롭게 이끌어야할 책임을 주신 인간이
자신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모든 피조물들 위에 군림하며
마치 자신이 창조주라도 된 듯이
천지만물을 제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도구로
사용하는 죄악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창조의 하나님,
당신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마지막에 안식하셨습니다.
이는 단지 일을 마치고 쉬신 것이 아니라
우주 만물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 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안식은 우주 만물의 안식이고
세상이 조화와 평화를 누려야 함을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하나님, 저희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희들이 아버지의 가슴을 도려내고
어머니인 강을 파헤쳤으며
자매인 물고기에 몸에 콘크리트를 드리붓고,
집에서 함께 마음 의지하며 살아가야 할
형제인 가축들을 산채로 땅에 묻어버렸습니다.
강산은 수려한데 골골을 원망의 곡소리로 채워 버렸습니다.
눈 마주치고 정을 나누던 생명들인데
단지 감염의 위험이 있다하여 그리했습니다.
심장을 멈추게 하는 주사마저도 번거러워
칼이 달린 기계로 사지를 잘라내고
아직 숨이 벌떡이는 모가지를 썰어 버렸습니다.
자식같은 생명이라 말했지만
마지막 여물한번 챙겨주지도 못한채
다시는 올라오지 못할 웅덩이로 밀어 넣었습니다.
마지막 발버둥......
그 마저도 보이지 않도록,
작별 인사를 대신한
한스런 비명마저도 들리지 않도록,
아니 차마 들을 수가 없어서
서둘러 덮어버렸습니다.
말 못하는 벗님들,
우리만 바라보고 살던
190만의 생명들과의 관계를
그렇게 끊어 버렸습니다.
단지 보다 우월한 무역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단지 구제역 청정지역이라는 상품의 딱지가 그리워서
오 하나님
그들의 넋 앞에 머리숙여 참회합니다.
다하지 못한 발버둥을
외치지 못한 울음들을
여기 이 기도로 대신합니다.
영들이여 편히 가소서.
오 하나님 이들의 생명을 당신의 품에 맞아주시고
다시는 이러한 배신과 왜곡이 없는 세상으로 불러주옵소서.
그들이 빼앗긴 것이 어디 죽음뿐이겠습니까?
초원을 뛰어 놀며 꼴을 먹고
만나고 사랑하고 새 생명을 이어가야할 삶조차도
나면서부터 거세되고 인공수정으로 앗아갔습니다.
축산물 공장에서 마치 공산품처럼 대량 사육되며
단지 인간의 먹이감으로 제조되는
반 생명의 비정함을
오 하나님, 용서해 주옵소서.
속성사육을 위해
네 번 되새김할 뱃속에
식도만 넘어가면 바로 흡수되는
사료로 성장촉진제로 채워넣어
창조질서를 거역한 죄를
오 하나님, 용서해 주옵소서.
마아블링 일등육 품질을 위해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밀집사육을 하며
움직이는 동물에게 도저히 못할 죄를 행한 것을
오 하나님, 용서해 주옵소서.
하마 스트레스 받아 병들까봐 항생제 범벅이 된 먹이로
아프고 죽을 권리도 빼앗겨 버린 반 생명의 사육을
이 비정한 탐욕의 폭력을
오 하나님, 용서해 주옵소서.
이렇게 동물의 권리, 생명의 권리를 무참히 짖밟은 사육인데
한꺼번에 살처분 되든, 하나씩 도살되든
언젠가는 그렇게 가야할 운명이라면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
새와 짐승을 손수 빚어 만드셨다는 것은
그들도 하나님께서 당신의 이미지,
당신의 형상대로 빚으셨다는 것이지만
막내로 세상에 온 인간이
먼저 있던 형님이며 언니인 생명들에게 행한
반 인륜의 죄악들을 오 하나님, 용서하여 주옵소서.
하나님께서 몸을 입고 오셨다고 하는데
그 몸은 사람의 몸 뿐만이 아니라
또한 씨앗의 몸, 짐승의 몸, 새의 몸, 물고기의 몸으로 오심을 믿습니다.
오 하나님,
그 몸들이 썩을 것으로 심는데 썩지 않을 것으로 살아나고
비천한 것으로 심는데 영광스러운 것으로 살아나며
약한 것으로 심는데 강한 것으로 살아나고
자연적인 몸으로 심는데 신령한 몸으로 살아나는
우주 만물의 부활을 믿습니다(고전 15장).
오 하나님,
우리들의 무한한 욕심에 토대한 이기심이
서로 공존하고 함께 평화를 누리는 관계로
오직 인간 중심의 일방적인 관계가
서로 돕고 존중하는 성숙한 관계로 변화되게 하시고
우리들의 불균형적인 관계가
서로 사랑 안에서 완성하는 관계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주님의 사랑을 의지하여 기도드립니다. 아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기독교 진보신문 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1.19 11:46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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