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ola Lake심심함이 찾아올 때면 가끔 찾는 근처의 니콜라 호수
한봉희
물론 젊은 시절 공부를 위해서 어학연수나 유학을 왔으면 사정이 좀 다를 수도 있다. 해야 될 공부에 대한 고민으로 머릿속에 공간이 부족할 수도 있고, 그 속에서 만나는 친구들을 통해서 또 다른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 사십이 넘어 덜커덩 외국의 낯선 도시에 떨어진 입장이라면 떼어버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심심함이란 놈이다.
한국에서 십수년간 몸에 달고 살던 술 한 잔의 기억과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 그들과 주거니 받거니 하던 수많은 이야기들, 미우나 고우나 밤낮으로 얼굴을 부비게 되는 아내와 아이들, 떠나오는 순간 그런 것들은 모두 기억 저편으로 넘어가 찾아오고 싶어도 찾아올 수 없게 된다.
예방주사 맞듯 이런 상황에 대하여 미리 여러 번 예상을 하면서 나름대로 마음가짐을 다잡기도 하고,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불쑥불쑥 찾아오는 심심함을 물리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문득문득 심심하다. 더군다나 이렇게 밤에 전화라도 올라치면 심심함을 견디기는 쉽지 않다. 결국 맥주 한 캔으로 스스로에게 사기를 친다. 어쩌겠는가, 심심한 것을.
물론, 바쁘게 살면 그럴 틈이 없지 않겠냐? 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심심함이란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나름 바쁘게 살기 위해 자원봉사도 하고, 영어를 가르쳐주는 곳에 갔다 오기도 하고, 여기저기 쑤시면서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요즘은 매일 헬스클럽을 다니기도 하지만 심심함이란 놈을 완전히 따돌릴 수는 없다.
더군다나 이 놈은 속성상 해가 떨어지면 활동력이 강해지는 놈이라 어둠이 깔리면 그만큼 상대하기도 힘들어 진다. 하물며 오후 4시만 넘으면 해가 떨어지는 캐나다 겨울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렇다고 무턱대고 방치할 수도 없고, 허구한 날 맥주 한 캔으로 스스로에게 사기를 칠 수도 없다. 그러다간 더 큰 문제로 커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전히 없애버릴 수는 없겠지만 다소간 억누를 수 있는 방법을 쓰는 게 그나마 최선이다. 해결책이라기 보다는 임시방편책이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써먹을만 하다. 물론 너무 자주 써먹으면 약발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나는, 물리적인 방법으로써 화상전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요즘 인터넷을 통해 무료 화상통화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물론 아무하고나 무료 화상통화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조금만 관심을 써두면 문득문득 찾아오는 심심함을 그때그때 달래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이것의 최대 단점은, 몇 번 임상실험을 해보면 알겠지만, 가끔가다 통화가 끝난 후 더 큰 심심함이 찾아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건 적절히 조절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