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천봉의 모습, 많은 스키어와 보더들 그리고 등산객들로 붐빈다.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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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천봉에서 바라본 하늘, 구름이 지나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다. ⓒ 최지혜
창밖으로 보이는 설경에 정신을 놓고 있다보면 어느덧 설천봉에 이른다. 사진에서만 보던 설천봉의 명물 상제루의 모습이 또 한번 넋을 놓게 만든다. 천상 어딘가에 신선들이 노니는 누각이 있다면 딱 상제루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백발의 머리에 하얀 수염을 가슴까지 기른 신선들이 하얀 도포를 입고 원탁에 둘러앉아 인자한 웃음을 날려줄 것 같다. 거센 바람에 흩날리는 눈발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한참을 서 있었다. 바로 눈 앞에서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이 신기해서다. 하늘과 가까워지니 구름의 움직임이 또렷하게 보인다. 바람과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구름의 모습이 나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바람처럼 살고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실상은 구름처럼 살고 있었나보다. 스스로 이끌어가는 여행이 아닌 어딘가로 끌려가는 여행을 하면서 말이다.
향적봉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 앞에서 아이젠을 채웠다. 벌써부터 손이 꽁꽁 얼어 그거 하나 채우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덕유산을 다녀온 지인들의 조언을 받들어 급하게 저렴한 아이젠을 하나 질렀다. 역시 경험에서 우러나온 정보가 중요하다. 구두를 신고서라도 오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지만 참 힘겨워보였다. 향적봉을 오르는데 아이젠은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