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남소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2009년 건강보험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에 의하면 2008년에만 동네의원 1400여 곳이 폐업했고 매년 폐업하는 동네의원의 수는 급증하고 있다.
동네의원의 수입 감소로 인한 폐업 원인을 의사들은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의사들은 대형병원의 약값을 대폭 인상하면 환자들이 다시 동네의원으로 발길을 돌릴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들의 이러한 의견을 일명 '의료기관 종별 외래 약제비 차등화 방안'으로 만들어 보건복지부에 제안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제도개선소위원회을 열어 '대형병원 경증환자 집중화 완화대책'의 일환으로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의 외래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현행 30%에서 각각 40%, 50%, 60%로 인상하고 의원은 현행과 같이 30%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다수결로 통과 시켰다.
당초 감기 등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다빈도 50개 경증환자만을 대상으로 할 계획이었으나 논의과정에서 암 등 중증질환자와 희귀난치성질환자까지 포함되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보건복지부는 1월 말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을 열어 최종의결한 후 7월부터 시행하겠다고 한다.
동네의원 놓아두고 대형병원에 가는 진짜 이유 환자들이 동네의원 놔두고 집에서 멀고, 의사를 만나는 데만 몇시간씩 대기해야 하는, 거기다 병원비까지 비싼 대형병원에 가는 이유가 뭘까? 동네의원 의사들은 대형병원의 약제비가 환자들에게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니라서 대형병원에 환자들이 몰린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상급종합병원(주로 대학병원)의 외래 본인부담률은 약제비 30% 이외에도 진찰료가 100%이고, 진료비, 검사비 등은 60%이고 여기에 선택진료비도 20~100%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대형병원의 외래 병원비는 현재 수준으로도 충분히 부담스럽다.
상황이 이런데도, 환자가 가깝고 비용도 저렴한 동네의원을 놔두고 대형병원을 찾는 진짜 이유는 뭘까? 동네의원 의사들이 들으면 상처 받겠지만, 그것은 동네의원의 치료실력 및 의료서비스 질적 수준이 대형병원에 비해 월등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네의원의 현실을 외면하고 동네의원의 수익 감소를 이유로 환자들의 대형병원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암 환자와 같이 중증 환자의 경우, 경증치료를 위해 동네의원을 방문해도 의료사고가 날까봐 의사들이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외래로 항암치료을 받는 암 환자들 중엔 감기와 같은 경증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지금까지는 항암치료을 받으러 갔을 때 경증 치료도 함께 받았었다. 하지만 앞으로 약값이 2배로 인상되면, 약값이 부담스러운 암 환자들은 대형병원에서는 항암치료만 받고 집에 오면서 동네의원에 들러 경증치료를 다시 받아야 한다. 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증환자들에게 이러한 불편과 육체적 고통을 주는 것이 과연 옳을까?
약값 올려 두 마리 토끼 잡으려는 보건복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