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자화상그의 내면은 무언가 해결하기 힘든 문제와 씨름하는 듯하다.
고야
그렇다고 해서 그의 그림이 계몽주의를 선전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계몽의 뒤편에 있는 어둠을 그리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고야의 그림은 독특함과 흥미를 더한다.
1793년 이후로 그의 그림은 환상과 악몽들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거의 죽음 직전에 이르렀고 청력을 상실했다.
그의 작품이 극적으로 변하게 된 모습을 보여 주는 작품이 동판화로 작업한 <로스 카프리초스>(변덕) 연작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근대 판화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다양한 그림 중에는 당시의 권력자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내 주목을 끈 것은 그런 그림들이 아니라 '모호한' 그림들이었다. 모호하다는 것은 그림 속 그의 태도가 그렇다는 말이다.
즉 그가 기이한 환상을 풍자에 이용하는 것인지 거리감을 두고 있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고야의 그림은 그것이 더욱 매력으로 느껴지기도 한다는 점에서 묘하다.
그 외에 인간의 광기를 담기도 하고(<정신병자 수용소>),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을 포착하며(<밤의 폭풍>), 무언가에 쫓기는 두려움을 화폭에 담기도 한다(<거인>). 사실 내게 고야는 이런 분위기의 그림들로 강렬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