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차에 계란 투척 보수단체 간부 집행유예

공무집행방해 혐의...하급심 "대법원장이 처벌 원치 않는 점 참작해 선처"

등록 2011.01.13 18:18수정 2011.01.1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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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13일 이용훈 대법원장의 출근 관용차에 계란을 투척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보수단체 간부 C(52)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공범 K(63)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보수성향의 A단체는 지난해 1월 20일 이른바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의혹'을 보도한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죄판결이 내려지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다음날 오전 7시 서울 한남동 대법원장 공관 부근에서 '사법부 정상화 촉구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내용은 "이용훈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 해체하고 좌편향 판사 즉각 해임하라, 좌파 판사 비호하는 이용훈은 모든 책임을 지고 법조계를 떠나라"는 내용 등이었다.

 

이날 C씨는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에 대법원장 공관에서 출근하는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계란을 투척하기로 마음먹고 계란을 회원들에게 나눠줬으나, 마침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그러자 C씨는 회원인 K씨와 서울 한남동 북한남삼거리 육교 위로 이동해 출근하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관용차량에 계란 5개를 던져 그 중 1개는 조수석 유리창에, 2개는 천정에 맞혔다.

 

결국 C씨와 K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1심인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김지숙 판사는 지난해 8월 범행을 주도한 간부 C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단순 가담한 K씨에게는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정치적 의견의 표명은 헌법적 기본결단의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시킨다는 이유로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에 대해 계란을 투척하는 행위는 헌법의 근간을 이루는 민주주의나 법치주의를 훼손시키는 것으로 엄하게 처벌받아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이 사건은 달리는 차량에 계란을 투척한 것으로 중한 결과를 야기했을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다만 "피고인 C씨는 범행을 계획하고 주도적으로 저지른 점 등을 감안하면 상응하는 처벌을 감수해야 할 것이나, 대법원장이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피고인 K씨는 C씨의 제의에 따라 범행에 이른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이들은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서울서부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배기열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C씨와 K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정치적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로 합법적인 의사표현의 방법을 넘어서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탑승한 승용차량에 계란을 투척한 것으로서 죄질과 범정이 무겁고 나쁜 점, 또한 달리는 차량에 계란을 던져 자칫 중한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또 "특히 피고인 C씨는 단체 사무총장으로 있으면서 앞장서 계란을 투척하려 한 점에서 책임이 무거울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범행 이전에도 집시법 위반죄를 비롯한 약 10회 정도 동종 내지 유사한 범죄를 저질러 각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자중하지 않고 또다시 본건 범행에 이른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커 1심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11.01.13 18:18ⓒ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이용훈 #대법원장 #계란 투척 #공무집행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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