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 운하 전경운하의 수로가 푸른 하늘 아래 그림 같이 펼쳐쳐 있다.
노시경
나는 벤치에 한동안 앉아 있었다. 운하 주변을 둘러보았다. 운하에는 일본의 과거 백 년 전 모습이 고풍스럽게 그대로 살아 있었고, 그래서 일본의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국적인 모습이 느껴졌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운하의 오랜 창고가 그런 분위기를 전해 주고 있었다.
창고를 고쳐서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로 바꾼 발상은 아주 신선하다. 낡고 오래된 창고의 옛 모습을 부수지 않았기에 오타루의 과거는 전승 되었고 창고 외관 속의 모던한 실내 장식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창고 건물을 헐어서 예쁜 건물을 올리기보다는 역사를 간직한 건물을 살림으로써 운하는 더욱 빛나고 있었다.
역사를 살리니 더욱 빛이 나네레스토랑 등으로 전용된 창고 건물들이 수로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줄줄이 서 있는 모습이 강렬한 임팩트로 다가오고 있었다. 분위기 있는 가게들로 바뀐 건물 내부는 개성 만점의 조명으로 빛나고 있었다. 옛 모습의 건축물들이 옛것의 소중함을 알리며 서 있었다.
창고 건물 중에서도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붉은 벽돌 건물은 시멘트나 검은 벽돌로 지어진 창고 건물보다 훨씬 고풍스러우며 고즈넉했다. 일본에서는 붉은 벽돌 건물이 아주 귀하다. 빨간 벽돌이 과거의 일본에서는 돈 많은 부자가 사용할 수 있었던 건축재료였기 때문이다.
이곳 오타루는 아이누어로 '모래 사이의 강'이라는 뜻이다. 나는 강과 같은 운하의 정취를 마음껏 느끼면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홋카이도의 거점 무역항과 연결되었던 수로가 운영되던 당시에는 이 수로 위에 떠 있는 화물선 위에서 많은 짐이 실리고 내렸을 것이다. 운하 주변은 노동자들의 소리이 모여서 시끌벅적했을 것 같다. 수로 위에 배가 없는 지금, 물결은 잔잔한 고요 안에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