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오전 서울 통의동 금융연수원 별관에서 사퇴기자회견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떠나고 있다.
권우성
퇴직 고위관료들의 로펌 행을 막고 법조계의 전관예우 관행에 메스를 대는 법 개정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정치권과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이들 법안들은 4년째 상임위에 계류되어 있다.
2008년 7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고위공직자가 퇴직일로부터 2년간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박영선 안은 같은해 1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로 넘어갔지만, 4년째 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행안위 검토보고서는 "개정안이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법무법인 등에 고위공직자의 취업을 제한하도록 하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 발의자인 박 의원이 행안위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법안 처리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에서는 김동철 민주당 의원과 손범규 한나라당 의원이 각각 낸 변호사법 개정안이 병합 심사되고 있다.
"판·검사로 재직했던 변호사는 퇴직 1년 전부터 퇴직할 때까지 근무한 법원 또는 검찰청이 관할하는 사건을 퇴직 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한다"는 손범규 안과 "판·검사로 재직했던 변호사는 퇴직 전 3년의 기간 중 최근 1년 이상 근무한 법원 또는 검찰청의 형사사건을 퇴직 후 1년간 수임할 수 없다"는 김동철 안은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여야가 큰 틀에서 합의를 본 상태다.
김동철 안에는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채 사건에 개입해 보수를 수령한 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대형 로펌으로 간 퇴직 법조인들이 특정 사건을 맡지도 않으면서 음성적인 로비의 대가로 거액을 챙기는 관행에 철퇴를 내리자는 게 법안의 취지다.
사개특위, 오는 6월 활동 동료... 전관예우 논의, 갈 길이 아직 멀다사법제도개혁특위는 작년 12월 7일에도 회의를 열어 법 개정안을 법사위에 넘기는 문제를 논의했지만, 다음날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 사태가 빚어지며 활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사법제도개혁특위는 오는 6월 활동이 종료되는데, 관할범위가 훨씬 넓은 고등법원 판사들과 대법관들의 전관예우에 대한 논의는 시동도 걸지 않았기 때문에 갈 길이 아직 멀다.
정동기 사건이 터진 마당에 전관예우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여야 지도부에 답답해하는 의견들도 있다. 이러한 의견은 야당에서 특히 많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참에 판·검사들과 고위관료들이 대형로펌에 가는 걸 막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원내 지도부조차 '전면 규제는 곤란하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며 "당 지도부가 민심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개혁특위 실무지원단장을 맡은 최재천 전 의원도 "민주당이 정동기 사건을 매우 편협하게 다루고 있다"며 "당이 전관예우 문제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