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안에서 넘어져 정신을 잃은 남자가 밖에서 누워있다.
오창균
이때, 갑자기 쓰러진 남자가 누운 채 연거푸 구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뇌진탕을 일으키면 구토를 한다는 것이 생각났고, 구토물이 기도(목구멍)를 막지 않도록 재빨리 다가가서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양손으로 입을 벌려 입안의 구토물이 나오도록 했습니다.
손으로 남자의 얼굴과 입을 잡은 채 승객들에게 119로 연락 좀 해달라고 하자 한 남자승객이 전화를 걸었고, 급한 마음에 사고내용도 미리 말해줬습니다.
"머리에 충격을 받아서 뇌진탕으로 구토를 하고 의식이 없다고 말해주세요." 쓰러진 남자의 얼굴과 옷은 구토물로 범벅이 되었고, 시큼한 냄새와 함께 술냄새도 느껴졌습니다.
"정신 드세요? 제 말 들리세요?""으으..."
남자는 흐릿하게 나마 대답을 했고 의식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당시 사고를 목격한 승객들이 상황을 말하는 것이 들렸습니다. 전철의 문이 닫히는 순간 뛰어들다가 배낭이 문에 걸려서 중심을 잃고 바닥에 바로 머리를 찧었다고 합니다. 양쪽 신발이 모두 벗겨지고 한 짝은 선로 아래로 떨어질 정도로 순식간에 사고가 벌어진 것 같았습니다. 잠시후 달려온 역무원과 공익요원 몇명이 곧 쓰러진 남자를 밖으로 들어내려고 했습니다.
"119 연락했으니 조금 기다려 봅시다 옮기다 상태가 더 안좋을 수도 있거든요.""언제 연락했어요?""조금 전에요. 차 운행보다 사람이 먼저죠. 기다려봅시다."그러나 역무원은 전철운행을 해야 한다면서 곧바로 공익요원과 함께 남자를 밖으로 옮겼고 다시 긴 나무의자에 눕혔습니다. 같이 따라 내려서 119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남자는 축 늘어진 채 누워 있었고, 약속한 시간을 지켜야 하는 일 때문에 더 이상 같이 있을 수가 없어서 뒤 따라온 전철을 타고 가면서 별 탈 없기를 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