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tilever bridge (외팔보)오른쪽의 의자처럼 힘이 가해지는 부분에 직접적인 받침이 없는 형태의 다리를 의미한다. 역학적으로 불리한 형태이기 때문에 한정적인 상황에만 적용이 가능한 공법이다.
이승훈
사실 위에 있는 4가지가 이유의 전부라면 '사정이 어려운 분들이 그렇게라도 식사하시면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라고 넘어가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자격 보철물은 남아있는 치아 전부를 빠른 시간 안에 망가뜨리는 가장 큰 폐해를 초래한다.
치과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거나 건축 토목에 상식이 있는 독자라면 위의 보철물이 얼마나 황당한 구조인지 잘 알 것이다. 해당 환자는 1년 전 기자가 직접 진단한 환자로, 왼쪽 위의 어금니 2개가 없어 꼈다 뺐다하는 틀니를 하거나 임플란트를 2개 식립하라고 권했다. 그런데 환자 생각에 임플란트는 돈도 돈이지만 수술 받기가 무섭고 틀니는 쓰기가 번거러울 것 같아서 망설이던 차에 주변 친구로 부터 '잘하는 곳'을 소개 받았다고 한다.
그 '잘하는 사람'이 말하기를 자기가 하면 수술도 안 하고 꼈다 뺐다하는 번거러움도 없다고 하기에 거기서 했더니 1년도 안 가서 잇몸이 붓고 아팠다고 한다. 임플란트가 아닌 '크라운 앤드 브릿지'라고 불리는 치과의 보철 방식은 건축 공학과 관련이 깊다. 양쪽의 지대치를 깍아서 기둥으로 삼고 다리를 연결하는 방식인데 위의 보철물을 보면 기둥 2개가 다 왼편으로 쏠려 있고 다리 한 쪽은 공중에 떠 있다. '
외팔보(cantiliver bridge)'라고 불리는 방식인데 당연히 역학적으로 외력에 불리한 구조이기 때문에 무척 제한적으로만 쓰여야 한다.
위의 구조물 같이 앞쪽 다리 부분에 해당하는 길이 보다 뒤에 떠 있는 구조가 훨씬 더 긴 것은 애초에 설계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더욱이 뒤쪽으로 갈수록 강한 힘을 받는 구강내 환경을 감안하면 소구치 2(A, B)개의 힘으로 대구치 2개(C, D)를 지탱하라는 것은 무리다.
그럼 저런 구조로 장착된 보철물은 어떻게 될까? 우선 뒤쪽에서 아래로 향하는 힘을 받기 때문에 위로 향하는 힘을 받는 제일 앞 소구치(A)의 접착제가 떨어져 버린다. 그러면 이제 치아와 보철물을 지탱하는 것은 두번째 소구치(B) 하나. 결국 위의 구조물은 B를 지지점으로 하는 1종 지렛대 운동(시소 운동)을 하게 된다. 시소의 받침점이야 베어링 구조로 힘을 비켜가지만 단단히 묶여 있는 B 치아는 씹을 때마다 양쪽으로 기울어지는 힘을 받게 된다.
이 힘의 작용 방향은 발치를 할 때 힘을 주는 방식과 매우 흡사하다. 즉 장기간에 걸쳐 계속해서 발치를 진행한 것과 같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럼 A는? 본드가 떨어지고 계속해서 위 아래로 움직이면서 찌걱 찌걱거리는 느낌을 받는 A는 음식물이 들어가기는 쉽고 나오기는 어려운 구조이다. 조금씩 조금씩 끼어들어간 음식물은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최상의 조건을 제공하여 실제 해당 보철물을 제거했을 때 안쪽에 있는 치아는 완전히 썩어버려 흔적도 찾기 어려웠다.
해당 환자는 결국 A, B 모두 발치를 시행하고 4개의 임플란트를 식립했다. 임플란트 했으니까 됐다거나 어차피 틀니할 건데 이 한두 개 더 뽑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틀니를 하더라도 구강 내에 잔존하는 치아가 몇 개냐는 틀니 사용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한 개의 치아라도 남아 있는 상황과 완전 무치악의 상황은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만큼이나 큰 편안감의 차이를 환자에게 제공한다.
자신의 건강과 행복한 식생활 위해 신중한 치료 필요요즘 TV 광고 덕분인지 임플란트를 정말 제3의 치아로 착각하고 너무 쉽게 자신의 치아를 포기하는 이도 있지만 아무리 뛰어난 치과의사가 시술했다 하더라도 임플란트는 자연치의 성능이나 심미를 절대로 쫓아갈 수 없다.
결국 환자는 단지 귀가 얇아서 '잘하는 사람'을 찾은 탓으로 경제적으로는 그 가치를 환산할 수도 없는 신체 일부를 너무 허무하게 잃은 것이다. 거기에 더해 애초에 임플란트 2개 비용이면 해결될 것을 무자격 보철 비+임플란트 2개 추가라는 경제적인 손실까지 덤으로 따라왔다.
보철 치료는 '치과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식, 경험, 술식을 두루 갖춰야만 성공할 수 있는 매우 어려운 술식이다. 신체의 일부인 자연치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탈이 나는데 인위적으로 더해진 보철물이 장기간 유지되면서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구강 안은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뜨거운 음료를 먹는 등 큰 온도 차를 견뎌야 하고 온갖 전해질과 산, 염기가 번갈아 가면서 들락거리며 하루에도 수백 차례씩 엄청난 압력을 가하는 매우 불리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건강과 행복한 식생활을 위해 부디 무자격자 언변에 넘어가는 일이 없어야 겠다. 현재 서울시 치과의사회에서는 무자격자에 의한 폐해를 막기 위해 제보를 받고 있다. 080-282-2282 (신고 포상금 20만 원)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중복게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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