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교회 본당 앞 주차장. 차량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선필
지난 4일 언론을 통해 알려진 소망교회 김지철 목사와 최아무개 전 부목사 등 사이의 폭행 사건은 새해 벽두 기독교계에 충격을 줬다.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등록돼 있고, 7만명 교인을 자랑하는 대형교회 안에서 교역자들 사이에 '하극상'이 벌어졌다는 사실로 인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다.
사건 뒤 소망교회는 5일 "하나님과 국민 여러분 앞에 부끄럽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성숙해져서 한국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하도록 많은 격려를 부탁드린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부목사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진실게임이 벌어지면서 소망교회의 '반성문'은 관심도 받지 못한 상태다. 기독교계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큰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대체로 이번 사건이 그냥 묻히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대다수 교인들 "기독교 비난받는 게 안타까울 뿐"사건 일주일 뒤인 10일 오전 만난 소망교회 신도와 관계자들도 말을 극히 아꼈다. 대부분 교인들은 언론 보도를 알고 있었지만, 폭행 사건에 대한 질문에는 주로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고 답했다. 일부 교인은 언론의 과장보도를 탓하기도 했다. 다른 교인들은 주먹다짐을 벌인 부목사들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숫자가 너무 많아 누가 교회 신도인지도 모르게 된 대형교회의 특성 때문이다.
소망교회 다닌 지 4년 됐다는 한 부부는 "뉴스에서 봤는데, 일이 그렇게 됐다, 김 목사가 돌아오면 다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행사건에 대해서는 "부목사들이 반대만 하니까 보직을 안 주고, 그러다보니 일어난 것 아니냐"고 답하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선교관 앞에서 만난 한 청년은 "다른 교회는 잘 되고 있는 곳이 많은데, 우리 쪽만 이렇게 돼서 안타깝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소망교회의 은퇴한 권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교인은 "20년 넘게 교회를 다녔는데 안타깝다"면서도 "사람 사이의 갈등은 하나님께 맡길 뿐"이라고 말했다.
소망교회 내 카페에서 만난 한 여대생은 "실망스럽고 안타깝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 일로 기독교 전체가 비난받을까봐 두렵다"고 했을 뿐 교회 차원의 반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또 "다른 청년들도 잘못을 따지기보다 기독교가 비난 받는 것을 가장 안타까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폭행사건의 당사자인 부목사들에 대해서도 그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 교인은 "단순한 형사사건 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는데, 대통령을 배출한 소망교회이기 때문에 더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게 아닌가 한다"고 언론의 과도한 관심을 부담스러워 했다. 다만 그는 "우리 교회의 일로 기독교 전체의 신뢰가 저하된 게 매우 마음 아프다, 이번 일을 계기로 소망교회가 기독교의 신뢰도를 상승시켰으면 한다"는 희망사항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