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질도 못하는 연자방앗간, 애환의 소리만

[한국의 풍물1] 하남시 상사창동 연자방아

등록 2011.01.06 10:52수정 2011.01.0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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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자방아간 하남시 상사창동에 자리한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82호 연자방아
연자방아간하남시 상사창동에 자리한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82호 연자방아하주성

연자방아. 흔히 '연자매' 혹은 '돌매방아' 등으로 불린다. 이 연자방아는 예전 우리나라의 전근대적인 농경사회에서 마소의 힘을 빌려, 곡물의 껍질을 제거하거나 빻는 데 사용하는 도정기구의 일종이다. 이 연자방아는 절구, 디딜방아, 물레방아 등과 함께 농촌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여느 방아와는 달리 애환이 깊은 방아


연자방아는 절구나 디딜방아, 혹은 물레방아와는 달리 애환이 깃든 방아이다. 우리는 흔히 물레방앗간 등을 연인들의 밀회의 장소로 생각하고, 디딜방아는 마을에 드는 방액(防厄)의 도구로 이용한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연자방아는 그와는 달리 슬픈 애환을 더 많이 포함하고 있다고 보겠다.

연자방아 상사창동 연자방아는 1930년대 조성하여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을 해 왔다.
연자방아상사창동 연자방아는 1930년대 조성하여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을 해 왔다.하주성

연자방아 연자방아는 숫돌이라고 하는 윗돌과 암돌이라고 부르는 받침돌로 구성이 된다
연자방아연자방아는 숫돌이라고 하는 윗돌과 암돌이라고 부르는 받침돌로 구성이 된다하주성

이마당을 세불내어 어유해야 어유해야
연자방아 꿍꿍찍어 어유해야 어유해야
제주맷돌 들들갈아 어유해야 어유해야 어유해야 해야
둥글둥글 개떡비벼 어유해야 어유해야
수영진으로 활쏘러가세 어유해야 어유해야
뒷집 맛동이 글방에서 어유해야 어유해야 어유해야 해야
공자맹자 공부하여 어유해야 어유해야
왈성급제 장원하여 어유해야 어유해야
옥당으로 들어가서 어유해야 어유해야 어유해야 해야
나라님께 충성이요 어유해야 어유해야
일낙서산에 해떨어지니 어유해야 어유해야 어유해야 해야
어서어서 이마당내어 어유해야 어유해야
서말 품삯 받아다가 어유해야 어유해야
샛거리 말갓 가아주니 어유해야 어유해야 어유해야 해야
말 것밖에 남지 않았네 어유해야 어유해야

하의도에서 불렸다는 연자방아 소리이다. 150년 전부터 하의도에서 연자방아를 찧으면서 불렀다는 이 소리는, 1990년 10월 11일 여수에서 열린 '남도문화제'에서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연자방아를 돌리면서 부르는 이 소리는 모두 여섯 부문으로 구분이 된다. 늦은 소리부터 시작해 빠른 소리로 넘어간다.

이 연자방아가 애환이 많은 소리로 나타나는 것은 바로 도정을 하는 곡물의 종류 때문으로 보인다. 대개 밀을 빻는 데 많이 사용한 연자방아이기 때문에, 보릿고개라는 농촌에서 힘든 시기를 넘긴 후 사용을 하게 된다. 아마도 그런 배고픔이 이 연자방아를 돌리면서 서글픈 애환의 소리를 만들어 낸 것 같다.

연자방아 숫돌을 마소가 끌어 암돌 위에 놓은 곡물을 빻는다
연자방아숫돌을 마소가 끌어 암돌 위에 놓은 곡물을 빻는다하주성

틀 숫돌에 사각으로 된 틀을 만들어 마소가 끌도록 연결을 한다
숫돌에 사각으로 된 틀을 만들어 마소가 끌도록 연결을 한다하주성

하남시 상사창동 연자방아


경기도 하남시 상사창동에 가면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82호로 지정이 된 '상사창동 연자방아'가 있다. 이 연자방아는 1930년대 처음으로 마을에 연자방앗간을 짓고,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을 해왔다고 한다. 지금은 사용을 하지 않고 있는 이 연자방아는 방앗간까지 그대로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연자방아는 '연자메'라는 돌로 구성이 된다. 흔히 숫돌이라고 부르는 원형의 윗돌과, 암돌이라고 하는 둥글고 편편한 받침돌을 사용한다. 이 숫돌에 나무로 만든 사각의 방아틀을 걸고, 방아틀에 연결된 숫돌을 마소가 끌어 마찰력을 이용해 곡물을 빻는 것이다. 상사창동 연자방아는 '연자매간'이라고 하는 방앗간이 그대로 보존이 되어 있다.


기둥 하남시 상사창동 연자방아간은 원형으로 된 기둥 여덟개를 사용해 초정식으로 지었다
기둥하남시 상사창동 연자방아간은 원형으로 된 기둥 여덟개를 사용해 초정식으로 지었다 하주성

대들보 대들보에 적힌 상량문
대들보대들보에 적힌 상량문하주성

방앗간은 기둥을 팔각으로 세워 그 안에 둥근 연자방아를 놓았다. 지붕은 볏짚으로 올린 초정형식으로 꾸며졌다. 이 연자방아간은 물레방아처럼 벽이 막힌 것이 아니라, 사방이 트여있다. 하기에 은근한 정담이 오고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그러다가 보니 보릿고개를 넘긴 애환만 소리 안에 남아있는가 보다.

거의 원형상태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는 하남시 상사창동 연자방아. 그 안에 농촌생활의 애환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일고나 있는지. 지금 세대에 사는 무심한 사람들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지나쳐 간다.

덧붙이는 글 | 앞으로 우리의 풍속중에서 잊혀져 가는 것들. 옛부터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던 것들을 찾아 연재를 하려고 합니다.


덧붙이는 글 앞으로 우리의 풍속중에서 잊혀져 가는 것들. 옛부터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던 것들을 찾아 연재를 하려고 합니다.
#연자방아 #하남시 상사창동 #문화재자료 #애환 #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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