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음직스럽게 보이는 김치만두.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조종안
연한 분홍빛깔을 띠는 김치 만두는 입에 넣기가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생겼는데요. 얇으면서도 입안에 찰싹 달라붙으면서 졸깃하게 느껴지는 만두피는 매콤한 맛, 고소한 맛, 담백한 맛을 내는 만두소와 함께 만두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었습니다.
고기만두를 한 입 베어서 입에 넣으니까 구수한 돼지고기 냄새가 풍기는 만두소의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했는데요. 비지가 많이 들어가서인지 담백한 맛이 더하는 것 같았습니다. '비지 안 들어간 만두는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만두는 한 판에 일곱 개씩 올라갔는데요. 두 사람이 와서 다섯 판을 주문해놓고 네 판만 먹고 한 판을 남겨놓고 가는 손님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나가려는 손님에게 남았다고 하면 겸연쩍어하면서 다시 앉아 먹고 간다고 하더군요. 만두가 그만큼 푸짐하게 나온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두 분이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은데요. 만두 한 판에 1천 원씩 받아서 남는 게 있습니까?""조금 남아서 그렇지 손해는 나지 않습니다. 다른 가게보다 자본금이 적게 들었고, 아내와 둘이 하면서 만두는 기계가 만들어주고, 모든 게 셀프로 이루어지니까요. 하루에 250-350판 정도 파니까, 재료비 제하면 두 사람 인건비는 나옵니다. 앉은 자리에서 네 판씩 먹어치우는 '만두광'도 계시거든요." 주인아저씨(42세)는 요즘엔 작은 식당을 개업하려고 해도 1억 정도는 드는데, 3년 전 후배가 가게를 싸게 세를 내주는 바람에 적은 돈으로 만두집을 개업할 수 있었고, 영업도 부담 없이 할 수 있다면서 고마워했습니다.
아내가 해보자고 권해서 분식을 겸한 만두집을 개업하게 되었다는 주인아저씨는 김밥을 담당하는 아내(41세)와는 한 살 차이로 공동대표라고 하더군요. 잠시지만, 친구처럼 대화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요. 작은 일도 상의해서 결정한다고 했습니다.
만두를 다 먹고도 한참을 노닥거리다 아주머니 네 분이 들어와 김밥 네 줄과 만두 네 판, 어묵 하나를 주문해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요. 만두소 특유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입안에 여운으로 남기에 만두 두 판을 사 가지고 가게를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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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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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한 판에 천 원, 맛도 착하고 값도 착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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