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상공에서 잃어버린 나의 1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이명주
12월 28일집 떠나기 전 배낭을 꾸리며 가져갈까 말까 한참을 고민한 물건이 있다. 두 해 전 가을 무렵 구입한 하모니카다. 한창 사회생활에 염증을 느껴 그 돌파구로 회사 근처 음악학원을 등록했었다. 그때 큰 마음 먹고 산 것인데 겨우 한 달 수강에 그쳤다.
처음 포부는 김현식의 '한국사람'을 멋드러지게 연주하는 거였다. 학원을 그만두면서도 연습을 멈출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결국 흐지부지였다. 그것이 늘 아쉬웠던지라 이번 여정을 화해의 기회로 삼고 싶었다. 하지만 배낭을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배제했다.
하지만 이곳 생활에 적응하면서 그것이 명백한 실수였음을 깨달았다. 언어란 것이 세계와 다르지 않아 공부에 쉼이 없지만 사람 하는 일에 쉼이 없을 수 없다. 그때마다 감성의 각질을 제거시켜줄 유연제가 아쉽다.
어린 두 배치 메이트가 현지 적응에 꽤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오늘에야 말하길 지난 주말까지 연수를 포기하고 그냥 귀국할까 고민했다 한다. 같지 않겠지만 본인 역시 막막함과 회의를 느끼던 참이었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발견할 때마다 이미 늦은 게 아닐까, 결국 무의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십여 년 더디게 이십 대의 여정을 걷는 그들에게 "인생은 직선이 아니다"란 경험을 얘기해주면서 본인 또한 위안을 받았다. 벗을 사귀는 지혜를 새삼스레 깨닫고 있다. 마음을 활짝 열고, 눈높이를 같이 하며, 그저 있는 그대로를 나누는 것. 어학연수를 왔지만 배우는 건 영어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