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남소연
- 민노당이 사회당의 참여를 문제 삼은 것은 당내 일부 그룹이 사회당의 대북관점을 우려한 탓 아닌가. 이로 인해 새삼 '종북주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종북주의' 논란에 대해선 생각이 다르다. 사회당이 청년진보당 당시 '반(反) 조선노동당' 강령을 표방하면서 진보민중진영 혹은 통일운동진영의 오해를 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사회당의 강령은 지금까지 두 번이나 바뀌었고 6·15 남북공동선언 정신인 '연북(連北)'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게다가 진보대통합에 합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밝히고 있다. 물론 각 세력의 대북관점이 진보대통합 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도 있지만 6·15 정신에 기초한 '자주적 연북'이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진보정당은 뉴라이트식의 반북 세력은 물론, 진보정당에 덧씌워진 '종북' 이미지도 극복해야 한다."
- 민노당이 진보 양당 중심의 논의를 강조하면서 자칫 '연석회의'를 진보대통합의 '들러리'로 치부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지 않겠나. "아니다. 어떤 회의체도 구체적인 안을 제출하는 실무적인 단위가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양당이 먼저 긴밀히 논의하고 합의된 안을 제출하겠다는 얘기다. 연석회의에 참여한 세력을 객체화·대상화 시키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물론 연석회의에 참여한 모두가 세력의 대소(大小)를 불문하고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의 주체로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국민참여당은 연석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보나. "현재의 국민참여당은 연석회의에 합류하기 어렵다고 본다. 지금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과 참여당은 참여정부 당시 추진했던 한미FTA·이라크 파병·비정규직법 등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유력 대선 후보의 관점에서 '진보대통합' 논의를 활용하려는 면이 엿보인다. 먼저 '반 신자유주의, 6·15 남북공동선언 지지'라는 진보대통합의 기초적 틀에 동의하고 함께 하겠다는 결의부터 해야 한다. 다만, 정치는 생물이다. 유시민 원장을 포함한 참여당이 참여정부 당시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해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반신자유주의 노선을 분명히 한다면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수많은 재야인사 민주당 갔지만 '진보블록' 형성했나?" - 민주당도 참여정부 당시 정책에 대해서 반성하고 '반 신자유주의' 정책 노선을 분명히 한다면 진보정당과 함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민주당과 당을 함께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가치와 정책·이념에서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당 문화가 완전히 다르다. 민노당은 진성당원제인 반면, 민주당은 지역주의·계파주의·금권정치를 기반으로 한다. 또 민주당의 비민주적인 당 운영도 짚지 않을 수 없다. 당을 함께 할 순 없고 다만, '반 한나라당'을 기조로 한 선거연합까진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현실적으로 비주류이자 소수파인 진보정당이 야권단일정당에 결합해 '진보정파'로 활약하는 게 정치개혁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온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지 않나. "범야권단일정당은 실현 불가능하다. 그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나는 야권단일정당 건설 주장 이면에 진보대통합을 방해하고 진보정치의 외연을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 '빅텐트론'이나 '범야권단일정당론'에 대해 심하게 말하자면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의 2012년 버전이다. 역사를 돌아보자. 1987년부터 이해찬의 평화민주연구회(평민련), 이부영의 민주연합추진위(민연), 김근태의 통일시대민주주의국민회의 등 수많은 재야인사들이 따로 결집해 민주당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들은 '진보블록'을 형성하지도 못했고 당내에서 뚜렷한 진보적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 현재 이인영 최고위원을 비롯한 민주당 내 486 세대가 '진보행동'을 결성하는 등 당의 '좌클릭'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 역시 실패할 것으로 보나. "앞서 들어간 재야인사들은 조직력은 물론, 인지도와 돈도 없으니 당내 계파 보스에 줄을 서게 됐다. 민주당에 들어간 재야 진보인사들은 이라크 파병, 한미FTA, 비정규직법, 새만금 추진, 대북송금특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주장 때 무슨 말을 했나. 그들은 스스로 자기 성찰부터 한 뒤에 범야권단일정당을 말해야 한다.
민주당 내 486 정치인들이 모여 만든 '진보행동'도 '유사진보세력'이다. 과거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고 지금도 '진보'라고 단언할 수 있나. 그런 논리라면 한 때 과격하게 운동했던 이재오 특임장관이나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진보세력인가. 그들이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 차라리 민주당 내 진보세력들은 진보대통합이 잘되도록 도와주고 향후 총·대선에서 올바른 연대·연합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옳다고 본다."
- '백만 민란'의 경우, 27일 현재 4만7500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하는 등 엄청난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유권자가 야권단일정당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나. "'백만 민란'의 방식,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면서 운동을 전개하는 점은 진보정치세력이 배워야 할 창의적 방식이라 평가하고 있다. 또 '백만 민란' 자체가 민주당의 개혁을 압박하는 성격도 갖고 있어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백만 민란'의 '야(野) 합쳐' 노선은 과학적이지 않다. 결과적으로 '백만 민란'은 민주당의 '수혈 공천' 혹은 '진보블록 확대'로 귀결되거나 참여당과 같은 개혁정당을 확대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백만 민란'이 진보대통합의 외연을 확대하고 진보통합정당의 국민적 토대를 넓히는 것으로도 귀결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백만 민란'이 새로 건설될 진보통합정당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대안의 정치세력'으로 판단하고 우리와 함께 했으면 한다."
"이정희·심상정 등과 함께 '진보통합' 버스투어 하겠다" - 아래로부터의 동의를 구하는 '백만 민란'의 운동방식에 호감을 표했는데 향후 진보대통합 논의체가 '백만 민란'처럼 활동할 계획도 있나."민노당의 진보정치대통합 추진위원회는 그동안 지역 순회 간담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진보통합정당'을 공론화 시켰다. 지금까진 1단계 '준비기'다. 연석회의가 출범하는 1월부터 5월까지는 2단계 '실험기'다. 2단계부터는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아래로부터의 대중적인 진보대통합 운동을 벌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 진보 양당의 협의나 연석회의 등 회의체를 통해선 진보통합정당에 대한 결론이 잘 안 날 것이다. 또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도 없다. 적어도 진보통합정당을 언제까지 만들겠다는 합의만 나온다면 통추위는 그때부터 노동현장·농촌·거리 등에서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벌일 것이다. '비정규직 철폐·한반도 평화 실현·진보대통합'을 내걸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목포에서 서울까지 전국 버스 투어에 나설 계획이다."
- 과연 진보정치세력의 '전국 버스 투어'가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진보정치통합은 3대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국가비전의 제시가 있어야 하고, 그를 실현할 수 있는 세력이 규합돼야 한다. 또 이 두 가지를 집약한 인물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 3대 요소가 잘 결합된다면 충분히 호응을 얻을 수 있다. 나는 2단계 전국 버스 투어에서 진보정치세력의 '인물 군(群)'을 드러내려 한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와 심상정·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 조국 서울대 교수 등 이런 분들이 함께 하면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을 수 있지 않겠나. '반(反) 한나라당·비(非) 민주당' 성향을 갖고 있는 진보·개혁적 유권자 층은 '전국 버스 투어'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