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할머니의 손맛이 베인 밑반찬들이 붕어찜 만큼 인기가 좋았습니다.
이윤기
머리, 뼈, 지느러미까지 모두 먹는 붕어찜... 음식 쓰레기 '제로'식사가 끝났을 때, 음식 쓰레기가 하나도 없는 것이 참 신기하였습니다. 바닷가에 있는 식당에서 생선찌개를 먹고 나면 생선뼈가 많이 나오는데, 붕어찜을 먹은 식탁에는 정말 뼈 하나도 음식쓰레기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잔뼈는 물론이고, 제법 두툼한 생선의 가운데 뼈도 모두 사각사각 씹히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그리고 지느러미까지 다 먹을 수 있도록 요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정말 생선 한 마리를 통째로 먹을 수 있도록 요리하였더군요.
남기지 않으려고 냄비 바닥까지 깨끗히 먹었더니 과식을 하였습니다. 사람은 대체로 많이 먹어 본 음식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처음 먹어보는 붕어찜이 아주 반갑고 맛있는 음식은 아니었습니다.
소벌에서 잡은 붕어를 직접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좀 신기하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만약 어린 시절부터 민물 생선을 많이 먹어 본 분들이라면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먹어보지 못하였지만, 이 집에선 가물치를 회로도 요리해주신다고 하더군요. 소벌 구경을 갔다가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는 붕어찜이 땡기거나 혹은 어린 시절 강가에서 잡아 먹던 민물고기 맛이 생각나면 한 번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맛있는 음식에는 술이 빠질 수 없죠. 안내를 맡아주셨던 선생님이 유어면에서 전통방식으로 막걸리를 담그는 술도가에서 '전주'를 한 병 받아오셨는데, 그맛이 끝내주더군요.
막걸리 전주를 여러번 먹어보았지만, 이 술만큼 달짝지근하게 맛이 있는 술은 처음 먹어보았습니다. 지금도 술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에게만 파는 아주 독특한 술도가라고 하더군요. 딱 한 잔 맛을 보았습니다만, 술을 즐기지 않는 저도 다음에 꼭 다시 먹어 보고 싶은 술맛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