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8일 인터넷에 허위 내용의 글을 게재하면 처벌하도록 한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날 오후 판정 후 박대성(오른쪽)씨와 박찬종(오른쪽 두번째) 변호사가 박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박경신(왼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너무 늦었지만 다행스럽고 환영한다."2년 전 인터넷 경제 논객 '미네르바'를 옭아맸던 '허위통신죄'가 사라지고 공권력의 무기한 감청에도 제동이 걸렸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오후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로 허위 통신을 한 사람'에게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한 전기통신기본법 제4조 제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했다. 또 범죄 정보 수집을 위한 감청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통신비밀보호법 제6조 제7항 단서 조항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MB정부, '촛불'-미네르바 처벌하려 사문화 조항 되살려"이날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7명은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에 대해 "'공익' 개념이 불명확"하여 "'허위의 통신' 가운데 어떤 목적의 통신이 금지되는 것인지 고지하여 주지 못하"여 명확성 원칙을 위배한다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야당과 시민단체에선 이번 결정이 헌법이 국민에게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즉각 환영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은 사문화된 조항일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권 하에서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아주 나쁜 독소 조항"이라면서 "너무 늦었지만 그나마 위헌 판결이 나온 것은 다행스럽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수많은 촛불 네티즌은 바로 이 조항으로 인해 심적, 물적 피해를 당해왔다"면서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은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고 정부에 대해서, 공권력에 대해서 말하고, 비판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 역시 "누리꾼의 자유로운 표현을 계속 구속하려고 애써온 현 정치 권력에 준엄한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자 헌법에 있는 표현의 자유의 정신을 재천명한 중요한 선언"이라고 반겼다.
전 위원은 "표현의 자유에 있어 '의견'뿐 아니라 '사실'에 있어서도 개인은 자유롭다"면서 "설사 일반인들이 검증되지 않은 '허위 사실'을 유포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만한 사회적 권위가 실리지 않아 문제될 게 없고 오히려 객관적인 사실을 담보해야할 공권력이 신뢰를 잃은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당 조항의 합헌을 주장해온 방송통신위원회는 당혹해 하면서도 말을 아꼈다. 방통위 이태희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를 조화롭게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