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사 온라인 사내 게시판에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글을 올린 뒤, 업무지시 거부와 허위사실 유포 등의 이유로 해고된 박종태씨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삼성의 노동조합 설립 탄압규탄 및 삼성전자 박종태씨 해고무효확인소송 소장제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종태 대리가 직무대기 처분을 받았을 당시, 컴퓨터도 없는 빈 책상에서 사내 메일도 사용할 수 없게 차단된 '왕따 직원' 생활을 하는 박 대리의 모습이 뒤로 보인다.
유성호
"딸이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는데, 제가 해고 됐다니까 이제 공부해서 성공해야겠다고 합니다. 아내도 삼성에서 일했었는데 얼마 전부터 다시 출근하는 꿈을 꾼다고 합니다. 악몽이죠."삼성전자 해고 노동자 박종태씨가 울먹이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눈물을 흘렸다. 그는 "23년 동안 지각 한 번 없었고, 직무에 충실했다"며 "한가족협의회에서 사원들을 위해 일했더니 '해고'를 상으로 받았다"고 개탄했다. 한가족협의회는 삼성에서 노동조합을 대신해 각 사업부별로 선출된 위원들과 사원 복지 등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박씨는 지난달 3일 사내 전상망에 "민주노조를 건설하자"는 글을 올렸다가 '업무 불이행' 등을 이유로 지난 26일 징계 해고당했다. 삼성전자 측은 "업무지시 불이행, 허위사실 유포 및 회사 명예실추, 정보보호 규정 위반, 징계전력이 있음에도 뉘우침이 없음"이라며 해고 징계를 내렸고, 7일 열린 징계 재심에서도 그 결과에는 변화가 없었다.
1987년 입사해 청춘을 바쳤던 직장에 더 이상 나갈 수 없게 된 지 한 달. 결국 박씨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해고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삼성의 노동조합 설립 탄압 규탄 및 삼성전자 박종태씨 해고무효확인소송 소장제출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씨는 "이건희 회장이 '사회가 좀 더 정직했으면 한다'고 했는데, 삼성이 더 정직했으면 한다"며 "꼭 복직해서 이기는 것이 정의가 아니라 정의가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변호인 "징계사유·양정·절차에 모두 중대한 하자 있다"2007년 '한가족협의회'의 사원 측 위원으로 선출된 박씨는 제조라인에서 빈번히 일어나던 임산부의 유산에 문제를 제기하며,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근무시간을 조정할 것을 요구해 왔다. 그렇게 나서는 그에게 사측은 "나서지 말라"며 압력을 가해왔고, 결국 지난해 2월 박씨는 협의회 위원 자격을 상실했다. 같은 달 열린 '삼성의 글로벌 경영 정책과 신흥시장 환경 이해'라는 '한가족 스쿨(school)' 행사에 불참한 것이 빌미가 됐다.
그 후 박씨는 지난해 8월 건강상의 이유로 회사의 브라질 출장 업무지시를 거부한 일로 감봉 6개월의 중징계 받았고 인사고과에서도 최하 등급으로 떨어졌다. 이에 박씨는 지난 5월 회사와 한가족협의회를 상대로 감봉 처분과 근로자위원 면직 결정에 대한 무효확인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 진행되던 지난 7월, 회사는 또 다시 박 대리에게 러시아 장기출장을 지시했다. 그러나 그가 역시 건강상의 이유로 출장을 거부하자 회사는 7월 28일, 그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박 대리는 출장 지시 전부터 목디스크 치료 및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질환 약물 치료를 받고 있었다.
결국 박씨는 직무대기 발령을 받으며, 업무가 정지된 상태로 빈 책상만 지키는 일명 '왕따 근무'를 하다가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까지 이르렀다. 퇴원 후 제조그룹 포장 업무로 발령이 난 그는 지난 11월 3일 사내게시판에 노동조합 설립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고, 결국 업무지시 불이행 등을 이유로 징계 해고됐다.
하지만 박씨의 해고무효 확인소송 변호를 맡고 있는 송영섭 변호사는 "징계사유, 징계양정, 징계절차에 모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박씨의 해고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러시아 출장 거부의 경우 전 브라질 출장 지시과정에서 제출한 각종 진단서와 소견서 등을 통해 박씨의 건강상태를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사전 협의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출장을 지시했다"며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정당한 해고 이유가 없으므로 해고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송 변호사는 삼성측이 징계 사유로 삼은 '왕따 근무 언론사 제보'와 관련해서도 "박씨는 PC도 없는 빈 책상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며 "삼성이 박씨를 빈 책상에 앉아 있게 했던 것은 허위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송 변호사는 "해고 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해져야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근로자들의 고충을 기재한 글을 사내 인트라넷에 올리고 노조 설립의 필요성을 기재한 것은 근로자로서 보장된 권리"라고 주장했다. 박씨의 행동에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해도 '해고'라는 징계는 지나치다는 것.
아울러 사측이 징계를 재심하는 상벌위원회에 박씨를 출석시키지 않아,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점도 징계절차상 하자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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