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용병 당시 조광현씨
필카페 24
8년간 프랑스 외인부대 중사로 복무한 뒤 전역한 조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는 한국인 사장의 경호원으로 2005년 8월부터 일했다. 그는 사장 집에서 발생한 가정부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미결수 신분으로 필리핀 마닐라 교도소에 수감됐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필리핀 현지 교민들에게 조씨의 수사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후 필리핀과 한국에서 '조중사 구하기' 운동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필리핀 현지 대사관의 부절적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씨가 쓴 글에도 "저는 억울한 누명을 썼음에도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2006년~2007년 1년 동안 어처구니없게도 통역이 없어 재판이 진행되지 않았다", "대사관은 1년 중 추석, 설 명절에만 단 2회 면회를 와서 라면 1박스만 내려놓은 채 귀찮다는 듯 길면 10분 정도 면담하고 돌아갔다, 애로사항을 말하면 (대사관 직원은) 노트에 적기는 하나 다음에 아무런 후속대책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조씨는 "물질적으로도 안 도와주고, 사건에 휘말려 도움을 달라 해도 소용이 없는데, 그럼 대사관은 왜 존재하는 것입니까?"라며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는 대사관의 존재 이유를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살인누명을 쓰고 5년간 감옥에 있어야 했던 조씨의 석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한국대사관이 아닌 필리핀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는 한인 구정서(32)씨였다. 지난 7월부터 조씨를 돕기 시작했다는 구씨는 "영양실조로 굶어 죽어가고 있는" 조씨에게 음식과 생필품을 지원했고, 보석금 60만 페소(약 1550만원)를 대신 내주기도 했다.
구씨는 2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나와 나이가 비슷한 청년이 5년 가까이 감옥에서 생활하는 걸 보고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다시는 이런 사건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조씨를 도왔다"고 말했다. 조씨는 무죄판결을 받기에 앞서 지난 10월 8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돈 없으면 죽는 필리핀 교도소...이빨 세 개 손으로 뽑아" 그런데 지난 23일, 구정서씨는 마닐라 교도소에 조씨와 비슷한 사연을 지닌 또 한 명의 한국인이 수감되어 있다고 제보를 해왔다.
구씨는 "한국인 김규열씨가 억울하게 1년째 수감 중인데, 제대로 먹지 못해 죽어가고 있다"며 "한국 대사관에서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있어, 김씨는 통역이나 생필품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구씨는 "조광현씨 사건을 비롯해 우리나라 대사관의 행위에 치가 떨린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