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팔당댐이 보인다.
유혜준
길은 밋밋하게 이어졌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 지루하도록 길게 강을 따라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이런 길은 뭐랄까, 기계적으로 걸음을 옮기게 한다. 하늘은 잿빛으로 음울하게 펼쳐지고, 겨울의 음산한 기운이 강물을 내리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길을 잃을 염려가 없는 구간이라서 그런지 이정표는 다산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만할 때마다 모습을 드러내 기억을 깨우쳐 준다.
중앙선 팔당역 바로 옆에 남양주역사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그냥 눈으로만 대충 박물관을 훑고 지났는데,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예봉산 등산로 입구 표지석은 있는데 다산길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이십여 분쯤 이정표를 찾아 이리저리 두리번거릴 수밖에 없었다.
몇 걸음만 더 앞으로 갔으면 이정표가 있는데 거기까지 가지 못하고 여기가 아닌가베, 하면서 다른 길을 기웃거리다가 그리 된 것이다. 하긴 그런 짓 한두 번 해보는 거 아니니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여러 갈래로 나뉘는 길에서는 이정표의 간격이 짧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다산길을 걷기 전에 전화로 길을 물은 게 남양주시 관계자는 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 절대로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고 호언장담을 했지만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정표는 길을 잃을 우려가 전혀 없는 곳에서는 아주 잘 세워져 있고, 헷갈려 헤매기 딱 좋은 길에서는 숨바꼭질을 하듯이 꽁꽁 숨어 있었던 것이다.